올해 노벨 경제학상은 ‘경매이론’ 발전에 공헌한 미국 경제학자 2명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12일(현지 시각)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 폴 밀그럼(72)과 로버트 윌슨(83)을 2020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예란 한손 스웨덴 왕립과학원 사무총장은 “경매는 어디에서든 벌어지고, 우리 일상생활에 영향을 준다”면서 “두 사람은 경매이론의 발전과 새로운 경매 형식의 발명에 이바지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경매이론이란 적절한 상품 가격이 얼마인지 모를 때 경매를 통해 적정 가격을 매길 수 있다는 이론이다. 사제(師弟)관계인 두 교수는 어떻게 경매를 설계하면 합리적인 가격에 거래를 성사시키고, 판매자나 매수자뿐 아니라 사회 전체적인 후생을 극대화할 것인지에 초점을 맞추고 연구를 진행했다. 이들의 연구가 빛을 본 것이 1994년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의 개인휴대통신(PCS) 주파수 경매다. 그전까지 주파수는 정부의 심사나 추첨을 통해 배분됐지만, FCC는 두 사람의 이론을 토대로 주파수를 쪼개서 경매하는 방식으로 큰 수익을 얻었다. 결과적으로 납세자들의 세금을 아낀 것이다. 이후 주파수 경매는 세계적인 트렌드가 됐고, 한국도 2011년부터 경매로 주파수를 배분하고 있다. 위원회는 “다양한 분석으로 만들어 낸 정교한 경매이론은 다양한 경매 대상의 사회적 가치를 제대로 매기는 데 공헌했다”고 설명했다.
윌슨 교수는 수상 직후 기자들과 화상인터뷰에서 “경매에 직접 참여해본 적은 없다”고 했다가 아내가 “이베이에서 함께 스키 부츠를 산 적은 있다”고 하자 급히 정정하는 등 유쾌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상금을 어떻게 사용할지를 묻자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와중에 딱히 쓸 곳이 없다”면서 “다른 시기를 위해 저축해둘 것 같다”고 답했다.
스탠퍼드대에서 두 사람을 사사(師事)한 김정유 경희대 교수는 “2016년과 2017년, 윌슨 교수와 밀그럼 교수가 ‘시장디자인’에 이론적 기여가 큰 학자에게 수여하는 CME-MSRI상을 받았을 때부터 노벨상 수상이 예견됐다”고 했다. 그는 “윌슨 교수는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가격이 결정된다는 시각에 의문을 품고, 소수의 경쟁 기업들 간 전략적인 고려에 의해 가격이 결정된다고 봤는데, 대표적인 것이 경매이론”이라면서 “밀그럼 교수는 윌슨 교수와 함께 경매이론을 발전시킨 공헌이 크다”고 했다. 두 사람이 사제지간이지만, 성격은 완전히 달랐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윌슨 교수는 학생들에게 칭찬을 많이 해주는 스타일이었다면, 밀그럼 교수는 학생들을 채찍질하는 유형의 교수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