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을 지어 주위에 나눠줄 수 있기를 바라는 신념으로 20년 동안 식당을 운영했다. 한 그릇의 밥을 위해 눈물겹게 노력하는 삶을 체험했다. 하지만 치솟는 임대료와 최저임금 부담을 견디지 못해 지난해 10월 외식업을 접었다. 그 이후 대도시에서 어렵게 살아가는 영세 자영업자의 삶을 소설로 썼다.”

“영세 자영업자는 일벌레로 살면서 도시를 지키는 숨은 파수꾼”이라며 식당 경영 체험을 소설로 그린 양승언 작가. /김연정 객원기자

소설가 양승언(55)이 대도시 자영업의 실태를 형상화한 장편소설 ‘도시 벌레’(도서출판 아침)를 냈다. 그는 젊은 시절에 삶의 번뇌를 풀고자 출가해 9년 동안 승려 생활을 했지만, “착한 여자를 만나 환속한 뒤 결혼했고, 생계를 꾸리기 위해 식당을 차려 삼계탕과 오리고기를 팔기 시작했다”면서 “마침내 경쟁이 치열한 신촌에 진출해 10년간 미국산 쇠고기를 중심으로 정육 식당을 운영하면서 한 3년 잘나갔지만, 화재를 당하고 빚도 지면서 악전고투해도 장사를 계속하기 힘들어졌다”고 밝혔다.

그는 식당을 운영하던 중 소설가 윤후명의 문하생이 됐다. 설거지하던 손으로 소설을 습작한 끝에 지난 1999년 계간 ‘세기 문학’ 신인상을 받아 등단했다. 그의 신촌 고깃집은 몇몇 문인과 신촌역 부근의 문학다방 ‘봄봄’의 낭독회원, 연세대와 이화여대 교수들의 사랑방 역할도 했다.

그는 ‘일벌레’가 된 자영업자들을 ‘도시 벌레’라고 했다. 소설 ‘도시 벌레’는 부도 상태에 내몰린 식당 주인 ‘나’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작가는 ‘나’를 통해 고달픈 자영업자의 심정을 토로했다. ‘점점 장사하기가 힘들어져. 십 년 전에 삼계탕 한 그릇에 1만원 받았어. 그때 아줌마들 월급 130만원 줬어. 지금 삼계탕 한 그릇 1만3000원이야. 아줌마들 월급 240만원이야. 월세도 200만~300만원 하던 게 400만~500만원으로 다 두 배 가까이 올랐잖아. 이게 정상이야? 직원 1명만 써도 최저임금 지켜줘야 되고 퇴직금 지급해야 되고, 정부에서 세금만 뜯어가고 자영업자들이 봉이냐고.’

이 소설에 등장하는 자영업자는 하루 평균 15시간 이상 일하면서, 늘 주변 업소와 경쟁하느라, ‘변하지 않으면 망한다’는 신념으로 새 메뉴를 개발하고, 인테리어 고치느라 투자하면서 허덕인다. 게다가 건물주와 부동산 중개인의 농간으로 재산의 전부라고 할 수 있는 권리금을 빼앗기고, 세금을 납부하지 못해 통장을 압류당한다.

작가는 “전부 내 체험은 아니지만, 대다수 자영업자가 당하는 일을 반영했다”면서 “자영업자가 지나치게 많은 탓도 있지만, 정부가 현장을 모르고 정책을 내놓기 때문에 자영업자들이 더 힘들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내 소설을 정치인이나 정책 담당자들이 한번 읽어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임차인이 경영 악화로 어쩔 수 없이 폐업하게 되었을 때, 계약 기간이 남아 있더라도 2개월 정도 미리 건물주에게 알리면 계약을 해지하면서도 보증금은 찾아갈 수 있도록 법이 개정돼 임차인이 재기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를 마련해주면 좋겠습니다.” 박해현 문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