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명이 사는 서울은 거대 도시입니다. 주변부까지 합치면 세계 5대 광역 도시권에 들죠. 그런 규모라면 당연히 도시의 회복력(resilience)에 대해 고민해야 합니다.”

/고운호 기자

2021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총감독을 맡은 프랑스 건축가 도미니크 페로는 29일 사전행사 격으로 열린 ‘프리비엔날레’에서 미래 도시의 화두로 위험 요인으로부터의 ‘회복력’을 강조했다. “도시를 인간이 보호받을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가야 한다”는 의미다. 프랑스 국립도서관을 설계한 페로는 이화여대 ECC로 한국에서도 잘 알려진 건축가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한국을 방문하지 못한 페로는 프랑스에서 화상 연결을 통해 참석했다.

비엔날레를 준비하면서 자연스럽게 회복력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1년 전에 정한 비엔날레의 주제는 ‘크로스로드’(교차로)였다. 세계가 더 활발히 교류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이 말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게 됐다. 페로는 “서로 대비되는 가치, 지식, 시선을 교차(cross)하면서 ‘어떤 도시에서 살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예컨대 지상-지하의 대비를 통해 지금껏 주목받지 못했던 지하 공간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유산-현대의 대비도 중요합니다. 수백 년 된 건물뿐 아니라 20~30년 된 건축물들도 우리가 물려받았고 앞으로 재사용해야 할 유산입니다.” 자연-인공의 대비를 설명할 때 페로는 “이제 야생이라는 공간은 없으며 적극적으로 자연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풍경을 짓는다’고 평가받는 페로의 건축관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ㅁ 자로 이어진 건물군 가운데 대형 숲을 조성한 프랑스 국립도서관, 캠퍼스 안에 골짜기로 새로운 지형을 창조한 ECC도 그렇게 접근한 작품들이다.

내년 3회를 맞는 비엔날레는 개별 건축물뿐 아니라 도시 차원의 문제를 탐구하는 자리다. 페로는 서울이라는 도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산이라는 자연과 도시가 독특한 관계를 맺으며 조성됐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그러나 수평적으로 너무나 팽창했죠. 이젠 좀 진정시켜야 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