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에서 나온 피를 나누는 건, 돈을 기부하는 것보다 훨씬 값진 일이지예.”
‘부산 헌혈왕’ 신문종(70)씨는 4일 오후 부산 헌혈의집 해운대센터에서 500번째 헌혈을 마친 뒤 “헌혈은 제겐 일상 같은 것”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신씨의 첫 헌혈은 1977년 1월 3일 시작됐다. 유조선 3등 항해사로 출항을 하루 앞둔 날, 우연히 부산 남포동 거리를 걷다 헌혈 버스에 올랐다. 이후 45년 동안 꾸준히 소매를 걷고 사랑을 나눴다. 선원 시절에는 출항 전, 귀항 후 꼭 헌혈 버스를 찾았고, 트럭 운전사로 일할 때는 한 달에 1~2차례 일과처럼 헌혈의집에 들렀다. 이날까지 500회를 채운 그의 ‘헌혈 일지’를 보면, 혈액의 모든 성분을 채혈하는 ‘전혈’이 57회, 일부 성분을 분리해 채혈하는 성분 헌혈이 각각 291회(혈장), 152회(혈소판)에 달한다. 지금까지 헌혈한 혈액의 양은 총 20만6300㎖에 달한다. 성인 남성 40명의 혈액량이다.
이날 센터에선 신씨의 ‘헌혈 정년식’이 열렸다. 혈액관리법에 따라 신씨는 만 69세가 되는 올해 생일(10월 18일)이 지나면 더 이상 헌혈을 할 수 없다. 신씨는 “최근 코로나 사태로 전국적으로 혈액 부족 사태가 심각하다”며 “헌혈 정년을 맞기 전까지 몇 번은 더 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