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라는 건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는 거야(Love means never having to say you’re sorry).” 1970년 12월 개봉한 영화 ‘러브 스토리’에서 주인공 커플 올리버와 제니가 하던 말로 지금까지 회자되는 명대사다. 하지만 주연 배우들은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읊었으며, 영화 개봉 반세기가 지난 지금까지도 의미 파악과 공감이 어렵다고 털어놨다.

1970년 개봉 당시 러브스토리 영화 포스터

주연 배우 알리 맥그로(82·제니 역)와 라이언 오닐(80·올리버 역)이 지난 21일(현지 시각) 미 CBS 방송에 화상으로 출연해 영화 뒷얘기들을 털어놨다. 백발 노인이 된 두 사람은 개봉 50주년을 맞아 최근 활발하게 인터뷰 중이다. 이날 사회자가 “당신들은 영화 찍을 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이 질문을 받았을 텐데, ‘사랑이라는 건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는 것’이라는 건 무슨 뜻이냐”고 묻자 오닐은 “우리 누구도 당시 그 말의 의미를 몰랐다”며 “나는 살아오면서 미안하다는 말을 수없이 해야 했다. 그게 내가 아는 전부”라고 했다. 맥그로도 “나도 모르겠다. 무슨 뜻이냐”고 되물으며 “인터뷰를 할 때마다 ‘그 질문만은 나오지 않았으면’이라고 바라왔다”고 했다.

지난 21일 CBS 방송에 출연해 화상 인터뷰중인 알리 맥그로(왼쪽)와 라이언 오닐. /인터넷 캡처

‘러브 스토리’는 당시 500만 부 이상 팔린 에릭 시걸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영화로 옮겨 1억3000만달러의 흥행 수입을 올렸다. 지금으로 치면 10억달러(약 1조1350억원)를 벌어들인 것이다. 남주인공 올리버는 부잣집 금수저였고, 백혈병으로 죽는 여주인공 제니는 가난한 집 출신의 흙수저로 그려진다. 하지만 실제 이들을 연기한 배우들의 처지는 반대였다. 당시 맥그로는 제작사 파라마운트사 사장 로버트 에번스의 아내로 이미 제니 역에 낙점돼있었다. 올리버 역에 도전한 쟁쟁한 할리우드 스타들을 제치고 마지막에 오디션을 본 TV 드라마 배우 출신 오닐이 깜짝 캐스팅됐다. 맥그로는 “그때 카메라 테스트에 나온 남자 배우들과 일일이 키스해야 했다”며 “당신(오닐)이 영화 세트장에 들어오던 순간을 모두가 아직도 기억한다”고 말했다. 오닐은 지금도 자기가 캐스팅된 까닭을 모르겠다고 했다.

알리 맥그로(왼쪽)와 라이언 오닐. /NBC 홈페이지

1970년 밸런타인 데이에 맞춰 출간된 소설은 2100만부가 팔려나갈 정도로 대성공을 거두지만, 당시 미국 사회를 휩쓴 반전·민권 운동 때문에 영화 흥행을 예상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두 사람은 영화 성공의 주역으로 주제곡을 쓴 프랑스 작곡가 프랑시스 레이를 꼽았다. 원래 쓰려던 테마곡이 너무 칙칙해 작곡가를 해고하고, 레이를 투입한 게 주효했다는 것이다. ‘러브스토리’는 아카데미 작품상 등 7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돼 음악상만 받았다.

러브스토리의 명장면으로 꼽히는 눈사람 만드는 장면. /에버렛 컬렉션. 뉴욕타임스

제니를 떠나보낸 올리버의 이야기를 다룬 속편 ‘올리버 스토리’가 1978년 개봉했지만 쫄딱 망했다. 맥그로가 “그 영화 절대 안 봤다”고 하자 오닐은 “(내가 주인공으로 나온 영화인데도) 나도 안 봤다. 하지만 출연료는 엄청 많이 받아 그 덕에 (캘리포니아 부자 동네) 말리부에 산다”고 했다. 두 사람은 각자 배우자를 만나 이혼과 재혼, 재결합을 반복했고 스캔들 메이커로 타이블로이드 뉴스에 종종 등장했다. 사회자가 “남녀 간 로맨스는 아니어도 둘 사이엔 러브스토리가 있겠다”고 하자 둘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랑보다 세상에서 멋진 게 뭐가 있겠나?”(맥그로) “이날 이때까지 이 여인을 사랑한다.”(오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