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섬유센터 재즈파크. 떠오르는 재즈 피아니스트 강재훈의 연주 뒤로 살아있는 재즈계의 전설 최선배의 트럼펫 연주가 이어졌다. 곡은 베니 골슨이 클리포드 브라운의 죽음을 애도하며 작곡한 ‘아이 리멤버 클리포드’. 신예와 전설의 만남에 공연장은 장엄함을 넘어 비장함이 느껴졌다. 그 다음 무대는 국내 대표 재즈 보컬리스트 말로의 ‘디 아일랜드’와 재즈 색소포니스트 이정식의 ‘저스트 더 투 오브 어스’. 이들의 노래와 연주에 무대는 금세 달아올랐다.
한국 재즈의 탄생을 일군 신관웅·김수열·김준·최선배·이정식, 대중화한 웅산·말로, 떠오르는 샛별 찰리정·임주찬·이규재·신동하·서수진·김영후·강재훈.
‘세계 재즈의 날’(4월 30일)을 맞아 이들을 모두 모아 국내 최초로 전야제 콘서트를 연 사람은 올 초 한국재즈협회 3대 회장에 오른 웅산(48)이다. ‘세계 재즈의 날’은 2011년 유네스코가 재즈를 인류 문화유산으로 지정한 걸 축하하는 날. 매년 이날이면 전 세계적으로 재즈 축제가 열리지만 국내에서는 처음이다.
“재즈인들의 잔칫날인데 한국에서는 못 찾아 먹고 있었죠. 재즈는 불협화음을 조화롭게 새로운 음악으로 만드는 장르예요. 소통의 부재로 인한 싸움이 많은 국내에 가장 필요한 음악이라고 생각했어요. 세대 간의 화합도 보여주고 싶었고요.”
웅산은 원래 승려였다. 17세 때 구인사로 출가해 2년을 있었다. 웅산은 그의 법명이다. “집안에 승려가 많아요. 아버지도 불교 연구가시고요.”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듣게 된 빌리 홀리데이의 ‘아임 어 풀 투 원트 유’를 듣고 ‘저 노래를 부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절을 나왔다. 검정고시를 보고 대학을 들어가 록밴드 보컬부터 시작했다.
“어릴 때부터 음악을 좋아하긴 했지만 칭찬받은 적은 없어요. 초등학교 때 고적대에서 북을 연주했는데 동네 아이들 다섯 명이 나온 대회에서도 3등을 했으니깐요. 그런데 2년간 절에서 경을 외우며 복식호흡을 해서인지 목이 튼튼해진 거예요. 제가 저희 밴드 첫 여성 보컬이었죠.”
그는 재즈 가수가 되면서부터 세계적인 보컬리스트로 인정받게 된다. 일본에서는 재즈 명예의 전당인 ‘블루노트’에 초청받은 최초의 한국인이 됐다. 그는 승려 생활과 음악가로서의 삶은 많이 닮아있다고 했다. “전 지금 음악이 제 수행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게으른 수행자는 되고 싶지 않아요. 판소리 등 다양한 배움을 갈구하는 게 이 때문이에요. 음악은 절 자유롭게 하고, 세상을 아름답고 따뜻하게 만들지요.”
협회 회장으로서 다음 목표는 ‘올스타 글로벌 콘서트’를 유치하는 것이다. 세계 재즈의 날 메인 행사로, 매년 도시를 옮겨 다니며 열린다. 2016년에는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 주최로 백악관에서 열렸다. 재즈의 날 당일인 오늘 전국 재즈 클럽에서는 다양한 기념 공연이 열린다. 웅산이 알려주는 재즈를 재미있게 관람하는 팁.
“만약 프로그램이 있다면 오리지널을 먼저 들어보고 가세요. 무대 위에서 이 음악이 어떻게 변주되는지 찾아내는 재미가 있어요. 그리고 재즈는 클래식이 아니에요. 신나면 휘파람을 불거나 함성을 지르고, 아무 때나 박수를 칠 수 있어요. 그마저도 재즈의 일부인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