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포겟 미 낫(Forget Me Not)'을 만든 선희 엥겔스토프(덴마크) 감독이 지난 21일 입양 당시 사진을 들고 서 있다. 이름과 생년월일이 보인다. /김지호 기자

“나는 엄마를 기억하지 못해요. 하지만 내 몸은 계속 그녀를 찾았습니다. 마치 ‘내 안에서 울리는 메아리(echo inside me)’처럼.”

다큐멘터리 영화 ‘포겟 미 낫-엄마에게 쓰는 편지’ 개봉을 앞둔 선희 엥겔스토프(39·덴마크) 감독은 “엄마가 왜 나를 포기했는지 알고 싶어 만든 영화”라며 “처음부터 한국 개봉이 목표였다”고 말했다. 1982년 6월 20일 부산에서 태어나자마자 그녀는 덴마크로 보내졌다. ‘신선희’라는 이름과 생일 말고는 아무것도 모른 채 성장한 엥겔스토프는 몇 년 전 한국의 미혼모 시설에 머물며 입양 과정을 카메라에 담았다.

“까만 눈동자와 까만 머리카락, 덴마크에서 나는 너무 눈에 띄는 아이였어요. 다들 내게 물었습니다. 넌 왜 여기 있니? 어디서 왔니? 덴마크어를 어쩜 그렇게 잘하니? 나는 양부모를 닮고 싶었지만 불가능한 일이었어요. ‘Why me(왜 하필 나입니까)?’라며 하늘을 원망하곤 했습니다.”

엥겔스토프는 덴마크 국립 영화학교를 졸업했다. 성인이 돼 한국에 처음 왔을 때 그녀는 붐비는 거리에서 평생 처음으로 편안함을 느꼈다고 했다. “덴마크에선 친구들과 사진 찍는 것조차 꺼릴 만큼 뼛속 깊이 외로움을 느꼈어요. 그런데 이곳에선 아무도 나를 이상하게 보지 않았습니다. 의자와 변기가 내 체구에 꼭 맞는다는 사실이 가장 충격적이었어요(웃음).”

‘포겟 미 낫’은 그녀의 장편 데뷔작이다. 낳아 기르겠다는 미혼모와 반대하는 가족, 출산 이후의 변화, 부모 호적에 동생처럼 넣는 사례, 해외 입양 등이 나온다. 엥겔스토프는 “그들에게 입양은 불행한 삶에서 구원받는 길이었다”며 “내 엄마의 과거 모습과 만났다”고 했다.

그녀의 생물학적 엄마는 당시 19세 미혼모였다. 딸을 낳은 날 입양 동의서에 서명했다. 엥겔스토프가 한국 경찰의 도움으로 찾아낸 엄마는 만남을 끝내 거부했다. “촬영 중 그게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이었어요. 엄마에게 두 번째 거절당한 셈이니까. 나는 그녀가 간직한 비밀이에요(I’m her secret). 엄마와 내가 공유하는, 우리를 영원히 하나로 묶어줄 슬픔이 무엇인지 알게 됐어요.”

이 영화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은 출산 장면이라고 했다. 그렇게 낳은 아기를 떠나보내야 하는 미혼모들이 오열할 때 감독도 같이 울었다. 엥겔스토프는 “자발적으로 아기를 포기하는 미혼모는 보지 못했다”고 했다.

입양 문제를 다룬 다큐들은 뿌리를 찾는 개인적인 서사이거나 화해 또는 새로운 관계를 맺는 것으로 끝난다. ‘포겟 미 낫’은 그것을 사회적인 문제로 확장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엥겔스토프는 “입양 실태를 조사하다 보니 나는 해외로 입양된 21만여 명 중 한 명이었다”며 말을 이었다.

“나 같은 입양 스토리는 드문 게 아니라 흔했습니다. ‘Why me?’에서 ‘Why us?’로 질문을 바꿔야 했어요. 아이가 부모·가족과 분리되면 트라우마가 생깁니다. 비밀로 묻어두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녜요. 입양 문제에 대해 사회적으로 발언해야겠다는 사명감을 느낍니다.”

‘포겟 미 낫’은 6월 3일 개봉한다. 영화를 본 엄마가 혹시 연락해온다면 어떤 말을 하고 싶을까. “엄마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알아. 난 엄마를 미워하지 않아.”

6월 3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포겟 미 낫'. 태어난 지 4개월 만에 덴마크로 입양된 선희는 한국에서 친모를 찾는 한편 어느 미혼모 시설에 머물며 미혼모들의 일상을 카메라에 담았다. /커넥트픽쳐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