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 게토레이(이온음료), 초콜릿칩과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는 다섯 살 입맛, 고위급 회담 중에도 가족 전화는 받는 아일랜드계 가톨릭 ‘패밀리 맨’, 퇴근 후 참모들에게 업무 전화를 돌리는 올빼미. 워싱턴포스트가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측근 7명을 취재해 24일(현지 시각) 보도한 그의 일상생활 모습이다.
이 신문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일과를 잘 바꾸지 않는 습관의 노예”로 거의 매일 아침을 웨이트 리프트 같은 운동으로 시작한다. 종종 자전거와 유명 브랜드 ‘펠로톤(Peloton)’의 실내 자전거를 타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처럼 TV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운동을 하면서 CNN방송의 ‘뉴데이’나 MSNBC의 ‘모닝 조’ 같은 아침 방송을 본다고 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백악관 집무실로 출근하기 전 관저에서 신문 사설과 1면, 방송 녹취록 같은 것을 종합한 스크랩을 받아 보는데 바이든의 고향인 펜실베이니아주와 오랜 지역구인 델라웨어주 소식도 자주 들어간다.
바이든은 보통 아침 9시쯤 관저에서 갈색 가죽 서류가방을 들고 집무실인 오벌오피스로 출근한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 부통령이었던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일주일에 한 번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점심을 먹고,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도 일주일에 한 번은 만난다. 마크 밀리 합참의장도 정기적으로 백악관에 불러들이는 편이다.
점심으로 바이든은 수프와 샐러드를 즐겨 먹는데, 샐러드엔 주로 구운 닭고기가 올라가 있다. 업무가 바쁠 때는 단백질 바, 땅콩 버터와 잼을 바른 샌드위치, 작은 병에 든 오렌지 게토레이로 점심을 해결하기도 한다. 바이든은 술을 마시지 않는 대신, 오렌지 게토레이와 코크 제로(다이어트 콜라)를 아주 좋아한다. 바이든이 단것을 즐겨 먹는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는데 특히 ‘초콜릿 칩 아이스크림’을 가장 좋아한다고 한다. 이를 두고 바이든의 오랜 참모는 “입맛은 다섯 살”이라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오바마가 집무실에 뒀던 사과 바구니와 트럼프가 다이어트 콜라를 가져오라고 눌렀던 집무실 책상 위 빨간 버튼은 사라졌다”며 “대신 바이든은 집무실 밖에 ‘돌스’(Dolle’s) 브랜드의 솔트 워터 태피(소금물을 넣은 쫀득한 사탕)와 가장 좋아하는 초콜릿 칩 과자를 쌓아둔다”고 전했다. 코로나 예방 조치의 일환으로 과자는 백악관 문장이 인쇄된 금색 포장지에 한 개씩 포장돼 있는데, 백악관 참모와 외부 손님들에게 아주 인기가 있다고 한다.
1972년 교통사고로 첫 아내와 딸을 잃었고 2015년 장남도 뇌암으로 떠나보낸 바이든은 업무 외의 대부분의 시간을 가족과 함께 보낸다고 한다. 저녁은 주로 관저에서 부인 질 여사와 먹고, 혹시 한쪽이 공무로 먼 곳에 가 있으면 하루가 어땠는지 긴 전화 음성 메시지를 남긴다. 손목에는 늘 장남 보가 세상을 뜰 때 차고 있던 묵주를 하고, 손주들과도 자주 만난다. 중요한 회의 중에도 가족의 전화가 오면 항상 받고, “절대로 ‘지금 중요한 일을 하고 있으니까 나중에 전화할게’라고 말하거나 음성 메시지로 넘어가게 두지 않는다”고 측근인 크리스 쿤스 상원의원은 전했다.
바이든은 주로 저녁 6시나 7시쯤 관저로 퇴근하지만, 밤에 새로운 소식에 대해 참모들에게 전화를 거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래서 참모들은 그를 “올빼미”라고 한다는 것이다. 또 바이든은 마약 중독으로 고생한 적 있는 차남 헌터에게도 매일 밤 전화한다고 한다. 또 오랜 지인들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기도 하고, 백악관 직원들의 부모에게도 생일 축하 전화를 한다.
바이든은 밤에 관저에서 일반 국민이 보낸 편지를 읽는데, 답장을 했던 오바마와 달리 직접 만나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다. 예비역 육군이자 성전환자인 프레스턴 리(36)는 성전환자의 군 복무를 허용해줘서 고맙다는 편지를 바이든에게 보냈다가, ‘대통령이 만나고 싶어 한다’는 대통령의 연락을 받았다. 어맨다 파티요(45)란 애틀랜타 법원 교정원은 바이든에게 “코로나로 숨진 미국인의 숫자를 적은 카드를 주머니에 넣고 다녀줘서 고맙다”는 편지를 썼다가 같은 연락을 받았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