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전문 변호사라고 하면 ‘남의 고통으로 먹고산다’ 이런 식으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죠. 하지만 저는 1~2년씩 걸리는 이혼 소송을 되도록 빨리 중재하는 데 보람을 느꼈어요. 가사 사건은 법률에 감정이 들어간다는 특성이 있는데, 이런 감정을 풀어내는 게 저의 역할 아닐까요.”
최유나(36) 변호사는 이혼 전문 변호사로도 유명하지만, 인스타그램에 연재하는 웹툰 ‘메리지레드’로 화제가 된 ‘웹툰 글 작가’다. 26만명 넘는 팔로어들이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하지 않은 이혼 과정을 담은 이 웹툰에 열광했다. 2018년 9월부터 3년 가까이 이혼의 적나라한 얼굴을 웹툰으로 풀어온 그를 지난달 27일 서울 서초동 사무실에서 만났다. 다음 달 300화를 채우면 시즌1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부부간에 다툼이 생기는 이유, 갈등을 조율하는 방법 같은 걸 많이 배웠어요. 이걸 공유하면 사람들이 갈등을 해결하는 데 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었죠. 그림은 전문 작가님이 그려주시고요.” 평범한 변호사가 웹툰 작업에 나서기로 결심한 이유다. 로스쿨을 졸업하고 10년째 이혼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머릿속에 소재가 숱하게 쌓였다. “열 컷짜리 짧은 웹툰이라 글을 쓰는 데는 10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며 웃었다.
‘메리지레드’는 결혼 생활에 들어온 빨간불을 의미한다. 웹툰엔 성격 차이, 가정 폭력, 외도 등 다양한 사유로 이혼하는 사람들 이야기가 담겼다. 또 남편의 요구로 40년간 매일 아침 김치를 새로 담그다가 참지 못해 이혼을 결심한 주부, 남편이 남성과 외도하는 모습을 목격해 크게 충격받은 아내 등 흔치 않은 사례도 많다. 그는 “한 사건을 구체적으로 쓰면 안 되기 때문에 여러 사건을 섞어서 쓴다”며 “사람들이 결혼과 이혼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도록 메시지를 담으려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요즘은 황혼 이혼 사건이 많다. ‘어떻게 이렇게 살 수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그는 “자식들 때문에 꾹 참고 오랜 세월을 살았던 사람들에게 권리를 찾아줄 때 보람을 많이 느낀다”고 했다.
이혼 전문 변호사로, 또 이혼 웹툰 작가로 활동하면서 스스로 깨달은 점은 ‘잘 싸워야 한다’는 것이다. “참으면 결국은 폭발하기 때문에 무조건 참는 게 좋은 방법은 아니더라고요. 내 이야기를 충분히 하고, 대신 상대방 말도 끝까지 들어야 해요.”
그가 ‘메리지레드’를 통해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 그가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혼자 사는 게 맞나, 결혼하는 게 맞나 생각하는 건 다소 이분법적이에요. 혼자 살아도 아무 지장이 없어야 함께도 잘 살 수 있어요. ‘나의 행복’을 중심으로 생각하면 자신과 가족이 모두 행복한 길을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