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여건을 딛고 봉사하는 경찰관, 투철한 희생정신으로 사회를 밝힌 시민들의 공적을 기리는 제55회 청룡봉사상 시상식이 2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행사에는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과 김창룡 경찰청장, 심사위원장인 손봉호 고신대 석좌교수, 심사위원인 서기석 한양대 석좌교수와 김재련 변호사, 수상자 가족과 동료 등 80여 명이 참석했다. 충(忠), 신(信), 용(勇), 인(仁), 의(義) 5개 부문 수상자에겐 각각 트로피와 상금 1000만원이 수여됐다.
충상(忠賞)은 외사통(通) 경찰관 2명이 받았다. 주태국한국대사관 경찰 주재관인 조정미(46) 경정은 태국에서 한국인 토막 살해 피의자를 검거하는 등 각종 사건·사고를 해결하며 교민들 안전을 지켰다. 조 경정은 수상 소감을 담은 영상에서 “세계 여러 국가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을 경찰 주재관들과 외사국 모두의 노고를 대신해 받는 상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국내 핵심 기술의 해외 유출을 막아온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 송방섭(37) 경위는 딸 하윤(3)양과 함께 시상대에 올랐다. 아내 고은정(35)씨는 “새벽에 출근해 밤늦게 들어오는 날이 많아 딸이 아빠랑 따로 사는 줄 알고 ‘나도 아빠랑 같이 살고 싶어’란 말을 자주 했다”며 “그렇게 열심히 일해온 사람에게 큰 상을 주시니 감사하고 남편이 자랑스럽다”고 했다.
경기북부경찰청 가평경찰서 이상진(33) 경사는 필로폰에 취한 채 11개월 딸을 차에 태워 시속 100km로 도주한 피의자를 추격·검거한 공로로 신상(信賞)을 받았다. 그는 “도움이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는 경찰이 되겠다”고 했다. 용상(勇賞)은 텔레그램에서 아동·청소년 성(性) 착취물을 유통한 이른바 ‘박사방’ 사건의 주범을 일망타진한 서울경찰청 소속 남궁선(43) 경위와 장애인 요양보호사를 살해한 조현병 피의자를 테이저건으로 검거한 인천경찰청 서부경찰서 소속 조태현(31) 경장이 받았다. 남궁 경위는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경찰관들을 많이 칭찬해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조 경장은 떨리는 목소리로 “남은 기간 더 열심히 근무하겠다”고 했다.
인상(仁賞)을 받은 이상기(60)씨는 반찬 나눔 등 봉사 활동을 34년째 해오고 있다. 이씨는 “함께 봉사해준 가족에게 이 영광을 돌린다”며 “처음 시작했을 때의 마음을 간직하고 봉사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밝혔다.
위험을 무릅쓰고 타인의 생명을 구한 ‘시민 영웅’ 5명에겐 의상(義賞)이 수여됐다. 구창식(52)·장현숙(48)·구모선(26)씨는 지난해 10월 아파트 대형 화재에서 이웃 주민 18명을 구조했다. 구모선씨는 “도움이 필요하면 기꺼이 나서서 주변을 도와주는 사람이 되겠다”고 했다. 화물트럭 기사인 이명희(56)씨는 지난 1월 고속도로에서 차량 3대가 연쇄 추돌하자 폭발 위험을 무릅쓰고 탑승자를 구조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강민수(27)씨는 작년 10월 흉기를 든 괴한에게 끌려가던 열세 살 여학생을 구했다. 강씨는 “저의 행동이 아이들이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데 작은 보탬이 되었으면 한다”고 했다.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은 “수상자 여러분은 우리에게 세상은 살 만한 곳이라는 믿음과 희망을 선사해줬다”며 “각종 범죄와 경제적 어려움, 숱한 재해 속에서도 우리 사회가 건강하게 유지되는 것은 이런 분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사랑과 헌신을 다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축사했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우리가 함께한다면 더욱 밝고 맑은 미래를 만들 수 있다'는 희망과 믿음이 전해지길 소망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