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 게 없어도, 재주가 없어도 인생의 무대를 확장하고 우주를 넓힐 수 있어요. 그걸 가능하게 해준 게 외국어죠. 그래서 다른 분들께도 저만의 노하우, 제가 만든 ‘공부 지도’를 공유하고 싶었어요.”
눈에 띄는 붉은 머리, 알록달록한 목걸이를 한 손미나(49)씨가 통통 튀는 목소리로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KBS 아나운서 출신에 여행작가, 소설가, 유튜브 크리에이터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자타공인 ‘프로 N잡러’다. 그런 그가 이번엔 외국어 공부 방법을 담은 책 ‘나의 첫 외국어 수업’을 펴냈다. 14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그는 “외국어가 없는 저의 삶은 상상할 수도 없어요”라며 눈을 반짝였다.
“저는 그냥 남들보다 약간 더 뻔뻔해요. 바보 같은 이야기도 겁 없이 잘하는 편이라고 해야 할까요. 하하.” 영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를 구사하는 그에게 ‘당신은 언어 천재니까 가능한 것 아니냐’고 묻자 이같이 답했다. 전 세계를 누비며 글을 쓰는 여행작가이니 외국어를 잘할 수는 있겠지만, ‘어학책’까지 낸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외국어를 배우지 않았다면 이렇게 ‘N잡러’로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며 살 수 없었을 것”이라며 “외국어를 포기하려는 사람들에게 응원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고 했다. 실제 책에는 외국어를 배워야 하는 이유, 자기만의 방식이 중요한 이유, 열정이 지나쳐도 외국어 공부에 실패하는 이유 등 ‘마인드 세팅’에 관한 이야기가 100쪽 넘게 담겼다.
코로나 때문에 한동안 ‘주업’인 여행작가 일을 하지 못했다. 답답하지 않으냐 물으니, “여행 가려고 짐 싸는 거 얼마나 귀찮은데요!” 하며 웃었다. “여행을 많이 하면 어디서든 적응을 잘하게 돼요. 한국 생활에 적응하니 가족과 주변 사람들도 챙길 수 있고 좋더라고요.”
대신 지난해 스페인 및 중남미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유창한 스페인어로 우리나라의 방역 체계를 소개했다. 이 활동을 계기로 외국어 공부법을 알려주는 유튜브 채널도 본격 운영하게 됐다. 최근엔 구독자 10만명 이상 크리에이터에게 주는 ‘실버 버튼’을 받았다. 그는 “코로나 때문에 여행을 못 하고 있지만, 또 코로나 덕분에 유튜브 활동을 활발히 할 수 있었다”고 했다.
스페인의 태양처럼 늘 밝아보이는 그에게도 힘든 시기가 있었다. “3년 전 ‘번 아웃’이 왔어요. 마음의 소리를 들어보려고 했는데, 아무 소리가 들리지 않았어요. 정신이 이끄는 대로 일만 하다 보니 마음이 문을 닫아버린 거죠.” 그 길로 바쁜 일상을 접고 여러 나라를 여행했다. 그렇게 번 아웃 터널을 지났다.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바르셀로나로 바로 달려갈 거예요. 가족 같은 사람들을 만나 ‘고생 많았다’고 위로하고 안아줄 거예요.” 코로나 이후 첫 여행지로 ‘제2의 고향’ 같은 스페인을 꼽았다. 내년 초엔 여행을 소재로 한 에세이 형식 책도 출간할 계획이다. “당장 모두가 여행을 떠날 수는 없겠죠. 대신 제가 여행지에서 느낀 생각이나 감정을 공유하면 독자분들에게 소소한 위로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다 같이 경험을 공유하며 힘든 시기를 이겨내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