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겉으로는 외국 국내 정치에 개입하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언론 인터뷰를 비판한 싱하이밍 주한 중국 대사의 최근 발언은 정확하게 내정 간섭 발언이다.”

클라이브 해밀턴 호주 찰스 스터트대 교수는 20일 본지 인터뷰에서 “한국인과 한국 정치인들은 중국 외교관의 언동에 신경 쓰지 말고 중국의 공세에 맞서는 가장 좋은 방안이 무엇인지 내부 토론을 계속해야 한다”고 했다.

클라이브 해밀턴 교수는 20일 본지 인터뷰에서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세계 패권국이 되기 위해 한국, 호주 등의 대미 동맹 전선 이탈을 전략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클라이브 해밀턴

호주 싱크탱크인 ’오스트레일리아 인스티튜트' 소장을 맡고 있는 그는 2016년 호주 정치인의 중국 연루 스캔들을 계기로 중국의 호주 내 영향력 확대에 주목해 2018년 ‘중국의 조용한 침공'이란 책을 냈다. 중국이 호주 정치인들과 기업, 언론, 대학 등을 상대로 30여 년간 펼쳐온 영향력 확장 실태를 폭로해 호주와 미국의 대중(對中) 전략 수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86년 영국 서식스대에서 ‘한국의 자본주의적 산업화’를 주제로 박사 학위를 받아 한국 사정에도 밝은 그는 “윤 전 총장은 한국의 독립을 지키겠다는 당연히 할 말을 했다. 그는 중국의 보복을 절대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한국 정치 지도자들이 중국의 압력에 굴복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싱하이밍 대사 발언 같은 공격이 반복될 경우, 한국의 대응법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중국의 내정 간섭과 개입이 환영받지 못한다는 점을 차갑고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중국에 맞서려면 서방 민주국가들과 새롭고 강력한 동맹을 함께 구축해 대응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고 유일한 방법이다.”

클라이브 해밀턴 교수는 이달 20일 본지 인터뷰에서 "싱하이밍 주한중국 대사의 최근 발언 같은 공세에 한국 정치인들은 차갑고 분명한 입장을 밝히고 서방 민주주의 국가들과의 동맹 강화로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클라이브 해밀턴

해밀턴 교수는 “중국공산당(CCP)은 중국의 지배에 저항하려는 상대방 국가의 힘과 의지를 약화하기 위해 집요하고 치밀하고 지속적으로 움직이는 ‘조용한 침공'을 하고 있다”며 “CCP는 유·무형 수단과 심리적 기법까지 총동원해 한국의 정치, 기업, 학계 엘리트들을 달래고, 포섭하고, 때로는 위협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그가 쓴 책은 중국의 보복을 두려워한 호주 유력 출판사들이 잇따라 출간을 거부하는 바람에 난항을 겪다가 무명의 작은 출판사가 맡아 간신히 빛을 봤다. 그는 “만약 내가 ‘미국의 조용한 침공'에 대한 책을 썼다면, 호주 출판사들이 워싱턴으로부터 보복을 두려워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그게 자유로운 미국과 그렇지 않은 중국의 근본적인 차이”라고 했다.

그는 “중국은 궁극적으로 미국을 제치고 세계 유일의 패권국이 되려 한다. 이를 위해 호주, 한국, 일본 등이 미국과의 동맹에서 이탈하는 것을 전략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 상황과 관련해서는 이렇게 진단했다.

“중국은 한국 각 분야 지도층에 베이징 옹호론자와 유화론자들을 이미 많이 확보했다. 재계에는 베이징을 만족시키는 걸 유일한 목표로 삼고 활동하는 사람이 많다. 한국 정치 지도층은 중국에 지레 겁을 먹고 나약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에 유화적인 자세로 한국인들이 어렵게 쟁취한 독립과 자유를 지킬 수 있을까. 그것은 ‘위험한 도박’이다. “

그는 “지금 한국 내 친중(親中) 정치인, 재계 엘리트, 여론 형성자들은 자유와 독립을 팔고 있다”며 “한국인들은 독립과 자유를 지키기 위해 중국이 경제 보복을 한다면 이를 감내하고 이겨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