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자유무역협정)를 통해 칠레 와인이 한국인들에게 큰 사랑을 받게 됐고, 한국 자동차는 칠레에서 인기가 대단합니다. 한국 대중음악과 영화, 드라마들이 사랑받으면서 지금은 화장품까지 잘나가죠.” 한국을 방문 중인 로드리고 야네즈(42) 칠레 외교부 차관은 지난 22일 “양국 모두에 이득이 된 FTA를 더욱 현대화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칠레는 한국의 ‘1호 FTA’ 파트너다. 2002년 체결하고 2년 뒤 발효한 한·칠레 FTA를 시작으로 17개 국가 혹은 지역과 FTA를 맺으며 무역 시장을 넓혔다. 한·칠레는 멀리 떨어진 나라끼리의 첫 FTA로도 관심을 받았다.
야네즈 차관은 중도 우파 세바스티안 피녜라 대통령의 핵심 경제 참모다. 피녜라 1기(2010~2014) 때 대통령 경제정책 선임자문관을 맡았고, 2018년 피녜라 2기 정권에선 통상담당 차관으로 승격했다. 그는 “양국 FTA에는 당시에는 새로운 모델이었지만 17년이 지난 만큼 환경과 지식재산권 등의 최신 현안을 반영해 현대화해야 한다”고 했다.
한·칠레 FTA 상징처럼 인식되는 칠레산 와인에 대해서는 “더 많은 한국인들이 칠레 와인을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품종을 홍보하고 관세도 낮추고 싶다”며 “칠레는 일찍이 유럽 와인 명장의 기술을 활발히 전수받았고, 와인 품종 생장에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고 했다. 내년이면 한국과 수교 60주년을 맞는 칠레는 남미에서 한국 정부를 가장 먼저 승인했다. 군부 독재와 민주화, 대외 의존도가 높은 경제 등 비슷한 점도 많다.
야네즈 차관은 “칠레는 높은 백신 접종률로 코로나 상황은 안정돼 가고 있는데 한국에서 위탁 생산한 아스트라제네카의 기여도 있었다”며 “두 나라는 그린수소와 디지털 경제(인터넷을 기반으로 이뤄지는 경제 활동) 등 미래 분야에서 두 나라가 협력할 수 있는 분야가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