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대회 개최국은 한국!”
지난 9일 스페인에서 열린 세계캠핑캐라바닝연맹(FICC) 총회. 40국 600만명에 달하는 캠핑·캐라바닝(캠핑카 숙박) 동호회원을 둔 연맹이 택한 나라는 한국이었다. 경쟁국이던 캐나다와 아일랜드를 꺾고 우리나라가 최종 선정되자, 자료 준비부터 발표까지 대회 유치를 준비해온 장경우(79) 한국연맹 총재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매년 세계 각국서 열흘간 열리는 ‘세계캠핑캐라바닝대회’는 ‘캠핑계의 올림픽’으로 통한다. 1933년 6월 영국에서 7국 390명이 모여 1회 대회를 열었다. 참가자들은 각국 전통복을 입고 행진을 하거나 고유 식재료로 요리 경연을 펼치고, 춤과 공연을 감상하며 여가를 즐긴다. 우리나라도 처음은 아니다. 2002년 강원도 동해, 2009년 경기도 가평, 2015년 전북 완주에서 이미 대회를 치렀고, 오는 2024년 94회 대회를 열면 횟수로만 네 번째 개최가 된다. 국내 회원 수는 현재 1만여 명이다.
15일 서울 여의도에서 만난 장 총재는 “캠핑에 적합한 관광 인프라, 캠핑 인구수, 주최국 역량을 모두 인정받은 결과”라며 “내·외국인 1만명 참가를 목표로 열심히 준비 중”이라고 했다. 개최지는 강원도 삼척과 경북 경주, 충남 부여 가운데 조율 중이다.
3선 국회의원 출신으로 27년째 연맹에 몸담고 있는 그는 “지금은 국내 캠핑 인구가 600만명에 달하지만 처음엔 나도 캠핑이 뭘 하는 건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고 했다. 1993년 대전엑스포 때 설치한 캠프촌이 철거될 위기에 놓이자 30대 청년 3명이 국회에 청원한 게 계기다. 당시 국회 건설교통위원회 소속이던 장 총재가 이를 맡으며 ‘캠핑’에 눈떴다. “그 인연으로 그해 일본에서 열린 세계 대회에 갔는데, 일왕이 직접 참석했어요. ‘이거 보통 대회가 아니구나, 우리도 제대로 한번 해봐야겠다’ 마음먹었죠.”
연맹에서 일하며 앞선 세 번의 세계 대회를 국내에 유치한 이도 그였다. “첫 대회를 2년 앞둔 2000년까지만 해도 국내엔 카라반(여행용 트레일러) 생산 업체가 없었어요. 관세 항목이 없어 수입도 안 됐죠.” 당시 이한동 국무총리에게 도움을 구해 개최지인 동해 망상해수욕장 일대를 보세구역으로 지정하고, 기차와 배로 카라반을 들여와 간신히 대회를 치렀다. 2009년엔 외국인 1000여 명 등 3000여 명이 참가했다. 2015년엔 메르스 여파로 고생했다.
그는 “한국은 옛날부터 힘들게 구르고 뭔가를 이뤄내고 또 쉴 틈 없이 일하는 국민성 때문에 여가에 인색하다. 나라를 대표하는 여가 문화도 없다”며 아쉬워했다. “그런데 이 캠핑·캐라바닝 대회는 대개 가족 단위로 참가하기 때문에 부모와 아이들이 같이 오고, 함께 즐겨요. 개인주의와 비혼주의, 저출산 등으로 해체돼 가는 우리의 가족 문화를 이 대회를 통해서 되살리는 게 저의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