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019년 6월 말 판문점에서 북한 땅을 밟은 후 거기서 영감을 받아 기자들을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영구적으로 퇴출시킬 수 있는지 방법을 연구해 보도록 했다고 스테퍼니 그리셤 전 백악관 대변인이 다음 달 5일 미국에서 발간되는 회고록을 통해 공개했다. 뉴욕타임스의 보도에 따르면 ‘이제 질문받겠습니다’란 352쪽짜리 회고록에서 그리셤은 “브리핑룸 외에 기자들이 머물도록 할 만한 다른 장소가 있는지 조사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진전 사항을 물어볼 때마다 여전히 옵션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고 썼다.
그리셤은 2019년 6월 말부터 2020년 4월 초까지 약 9개월 동안 백악관 대변인을 지냈다. 이후 대통령 부인 멜라니아의 비서실장을 하다가 올해 1월 6일 트럼프 지지자들이 연방의회 의사당에 난입하는 것을 보고 사의를 표했다.
그리셤은 2019년 6월 28일 주요 20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미·러 정상회담에서 트럼프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쪽으로 몸을 기대며 “내가 몇 분간 당신에게 더 터프한 척을 할 거요. 하지만 카메라가 있으니 그런 거고, 그들(기자들)이 떠나고 나면 얘기를 합시다”라고 말하는 것을 봤다고 회고했다. 당시 푸틴은 긴 갈색 머리에 아름다운 용모를 지닌 여성 통역사를 대동했는데, 피오나 힐 당시 백악관 러시아 정책 수석 고문은 “푸틴이 트럼프의 주의를 흐트러트리기 위해 일부러 그 여성 통역사를 고른 것 아닌지 의심했다”고 그리셤은 전했다.
그리셤은 트럼프가 한 젊은 여성 공보관을 계속해서 전용기 에어포스원의 대통령 전용실로 불러 올렸고, 비속어를 사용해 그 여성의 엉덩이를 묘사한 적도 있다고 했다. 또 전직 포르노 배우인 스토미 대니얼스가 언론 인터뷰에서 트럼프와의 성관계를 자세히 묘사하자, 트럼프가 에어포스원에서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 대니얼스의 주장과 달리 그의 성기가 작거나 독버섯 모양인 것은 아니라고 확신시켜 주려 했다고 주장했다.
그리셤은 또 외출을 잘 하지 않는 멜라니아를 비밀경호국이 “라푼젤(독일 동화 속 탑에 갇힌 미녀)”이란 별명으로 불렀고, 비밀경호국 요원들이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멜라니아 경호팀에 자원했다고 했다. 그는 멜라니아가 트럼프만큼 고집이 세다고 했다.
2018년 6월 멜라니아는 ‘나는 정말 신경 안 써, 너는(I REALLY DON’T CARE, DO U)?’이라 쓰인 재킷을 입고 불법 이민자의 미성년 자녀들이 부모와 격리 수용돼 있는 시설을 방문해 논란이 됐다. 이에 대해 그리셤은 멜라니아가 남편의 반이민 정책에 화가 나서 벌인 일이며, 이 때문에 화가 난 트럼프가 백악관 집무실 오벌오피스로 멜라니아를 불러 욕설을 하며 소리를 질렀다고 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