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푸른 호수' 촬영장의 저스틴 전. 한국계 미국인인 그가 각본, 주연, 연출 등 1인 3역을 했다. /유니버설 픽쳐스

“미국에서 태어나 자라면서 ‘나는 왜 다르게 생겼나’ ‘내 뿌리는 어디인가’라는 질문을 많이 던졌어요. 영화 ‘푸른 호수’는 입양인들이 겪는 불합리한 문제를 바로잡으려고 만든 영화입니다.”

13일 개봉하는 영화 ‘푸른 호수’는 올해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이어 부산영화제에 초청돼 “영화 ‘미나리’를 잇는 감동적인 이야기”라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계 미국인으로 각본을 쓰고 연출하며 주인공까지 맡은 저스틴 전(40)은 LA 폭동을 다룬 영화 ‘국’을 비롯해 미국 속 이방인의 목소리를 담아왔다. 그는 12일 열린 화상 기자회견에서 “‘푸른 호수’는 한국에서 태어나 세 살 때 미국 백인 가정에 입양된 안토니오 르블랑(저스틴 전)이 주인공”이라며 “추방 위기에 처한 그가 가족을 지키기 위해 투쟁하는 생존기”라고 말했다.

안토니오에게는 사랑하는 아내 캐시(알리시아 비칸데르)와 딸, 곧 태어날 둘째가 있다. 타투이스트로 일하며 더 나은 삶을 꿈꾸지만, 어떤 싸움에 휘말렸다가 자신이 불법 체류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양부모가 적법한 절차를 밟지 않아 강제 추방될 위기에 놓인 것이다.

영화 '푸른 호수'의 한 장면. /유니버설 픽쳐스

“자장 자장 우리 아가/ 자장 자장 잘도 잔다~”로 흐르는 자장가를 들려주며 시작되는 이 영화에는 정체성에 대한 성찰이 있다. “2000년 이전에 미국으로 입양됐다가 시민권이 없어 강제 추방을 당했거나 추방될 처지에 놓인 9명을 취재하면서 각본을 썼어요. 그들은 자신이 선택하지도 않은 인생에서 두 번째로 거부당한 셈입니다. 이 영화에 ‘가족이란 핏줄보다 선택이 더 중요하다’는 주제를 담고 싶었어요.”

영화 속에서 베트남 보트 피플 출신인 파커는 안토니오가 침몰하지 않도록 돕는다. 저스틴 전은 “파커와 그 가족은 안토니오가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거울과 같다”며 “절반이라도 살아남기 위해 가족이 배 두 척에 나눠 탄 이야기는 6·25 때 북한을 탈출한 내 할머니 이야기와 비슷하다”고 했다.

“영화 ‘기생충’과 ‘미나리’, BTS와 ‘오징어 게임’의 세계적인 성공을 보면서 내 뿌리(한국)에 대한 자긍심을 느낀다”는 저스틴 전은 애플TV플러스로 공개될 드라마 ‘파친코’의 공동 연출자이기도 하다. 주연 배우 윤여정과 부산 영도에서 촬영을 했다는 그는 “윤여정 선생님은 뭔가 잘못됐다 싶으면 바로 지적하고 고치려 하면서도 굉장히 너그럽고 열려 있었다”며 “내게는 행운이고 소중한 경험으로 간직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