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호 기자

“팬데믹을 겪으며 국제적 공조와 연대가 더욱 절실하다는 걸 되새겼습니다. 각국 정상이 모이는 자리는 ‘포스트 팬데믹’ 시대에 더욱 중요해질 겁니다.”

오는 30~31일(현지 시각)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리는 주요 20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지난 28일 서울 용산구 주한 이탈리아 대사관에서 만난 페데리코 파일라(60) 주한 이탈리아 대사는 이렇게 말했다. 이번 로마 G20 정상회의의 주요 의제는 ‘3P(People, Planet, Prosperity)’. 인간이 살기 위해 지구를 보듬고 번영을 추구해야 한다는 취지다. 파일라 대사는 “번영은 경제적 번영만 뜻하는 게 아니다. 사람과 지구를 위한 번영엔 ‘지속 가능성’ 개념이 들어있다”고 했다.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세계 각국이 협력하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올해 G20 정상회의가 화상으로 이뤄졌던 지난해와 달리 대면으로 진행되는 것을 두고 “지독한 악몽에서 비로소 깨어나는 느낌”이라고 했다. “백신 접종 완료 비율이 80%를 넘었고, 이제 차차 일상 회복이 이뤄지는 분위기예요.”

파일라 대사는 이날 인터뷰에 앞서 출국 직전이던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고 왔다. G20 정상회의와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 참석하기 위해 해외 순방길에 오른 문 대통령에게 두 가지를 당부했다고 했다. “하나는 기후변화에 대한 생산적 논의가 이뤄졌으면 한다는 바람, 또 하나는 제3국 백신 기부 등 백신 불균형 해소를 위해 G20 정상들이 힘썼으면 한다는 말이었다”고 했다.

2019년 3월 주한 이탈리아 대사로 취임한 파일라 대사는 1988년 홍콩 영사로 처음 해외에서 근무했고 이후 인도 뉴델리 경제 참사, 중국 광둥 총영사 등을 거친 아시아통(通)이다. 그는 “현대적인 것과 전통적인 것이 어우러진 한국 문화에 매료됐다”면서 “한국은 남다른 활기가 있는 곳”이라고 했다.

이탈리아는 유럽에서 한국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국가 중 하나다. 이탈리아관광청에 따르면 코로나 이전인 2019년 이탈리아를 방문한 한국인 관광객은 약 100만명 수준이었다. 한국이 이탈리아에 관심 많은 것만큼 이탈리아도 한국에 관심이 많을까. 파일라 대사는 “우리 세대까지만 해도 남북한은 ‘이탈리아를 축구에서 이긴 나라’로만 기억했다”고 했다.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에서 북한이 이탈리아를 1대0으로 이겼고,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한국이 이탈리아를 2대1로 이긴 것을 축구광(狂)인 국민이 기억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기류가 180도 바뀌었다. “‘기생충’ ‘오징어 게임’ 등 한류의 위세가 대단하다. 한국어를 배우거나 한국에 오고 싶어하는 젊은 층이 급속도로 늘고 있다”고 했다.

이탈리아는 오는 2026년 밀라노와 코르티나 담페초에서 동계올림픽을 열 예정이다. 그때쯤이면 코로나에서 자유로운 유(有) 관중 올림픽이 가능할까 물었다. 파일라 대사는 “2026년은 너무 먼 미래 아니냐”며 웃었다. “내년엔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하지 않을까요? 이탈리아는 한국인 관광객을 절절히 그리워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