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홍석천(50)이 커밍아웃 후 힘겨웠던 시간을 고백했다.
지난 2000년, 홍석천은 연예인 최초로 커밍아웃을 선언했다. 그러나 반응은 싸늘했고, 현실은 냉혹했다. 커밍아웃 기자회견 직후 KBS2 토크쇼 ‘야! 한밤에’의 방송 녹화 3시간 전 섭외 취소를 당했고, MBC ‘뽀뽀뽀’에서 퇴출 당했다.
3년 간 방송 활동을 중단한 홍석천은 2003년 김수현 작가의 SBS ‘완전한 사랑’에서 동성애자 승조 역으로 컴백했고, 이후 드라마, 예능프로그램 등에 출연하며 현재까지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가족들에게 인정받는 건 쉽지 않았다. 홍석천은 26일 방송된 채널A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에서 “부모님이 커밍아웃 후 15년이 지났는데도 아무 말씀 없으셔서 인정 받은 줄 알았다. 그런데 어느 날 ‘선 한번 볼래?’라고 하시더라. ‘누가 저 같은 사람한테 딸을 주겠냐’고 물어보니 ‘네가 어디가 어때서?’라며 화를 내시더라. 그때 ‘아, 난 아직 인정 받지 못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기독교 신자인 그는 커밍아웃 후 교회도 마음대로 가지 못했다. 홍석천은 “나는 기독교고 모태신앙이다. 청소년 때부터 내가 남자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교회에 가면 나는 늘 죄인이었다. 나한테 불에 타 죽을 죄인이라고 하더라. 그래서 어느 순간 교회를 못 가게 됐다. 항상 나를 죄인이라 생각하며 살아왔다”라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홍석천은 ‘어쩌다 커밍아웃을 하게 됐냐’라는 질문에 “나는 나에게 새로운 세상이 열릴 거라고 생각했다. 누가 ‘어떤 여자를 좋아하냐’고 묻는데 나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라고 답했다.
홍석천은 친누나의 자녀들을 입양하게 된 계기도 언급했다. 그는 “누나가 이혼하고 나서 누나의 아이들을 입양했다. 아이들에게 지원을 해주고 싶었다”라고 말하자 오은영은 “조금 예민한 문제일 수 있지만 물어보고 싶은 게 있다. 누나의 아이들을 입양한 이유가 뭐냐. 경제적인 이유라면 다르게 도와줄 수도 있는 거 아니냐”라고 질문을 했다.
이에 홍석천은 “나는 결혼을 못한다. 결혼을 해도 인정을 못 받는다. 그런데 누나는 아니다. 언제든 새로운 사람을 만나 새출발 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런 누나에게 아이들이 짐처럼 느껴지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누나에게도 ‘누나는 좋은 사람 만나면 새출발 해라. 아이들은 내가 책임지겠다’라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