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파라오의 미라가 첨단 의학 기술의 도움으로 3500년 만에 처음으로 베일을 벗었다. 실물은 건드리지 않고 디지털 기술로 내부가 드러난 것이다.
이집트 카이로대의 사하르 살림 교수 연구진은 28일(현지 시각) “이집트 아멘호텝 1세 파라오의 미라가 처음으로 내부의 두개골과 골격을 드러냈다”고 국제 학술지 ‘첨단 의학(Frontiers in Medicine)’에 밝혔다.
아멘호텝 1세는 기원전 1525~1504년 이집트를 통치했으며, 1881년 프랑스 학자가 발굴했다. 파라오의 미라는 천으로 완벽하게 감싼 상태로 얼굴 가면을 쓴 채 지금까지 그대로 유지됐다. 석관도 발굴 이후 밀봉된 상태로 남았다.
카이로대 연구진은 인체를 수백 장의 고해상도 평면 X선 영상으로 분할하는 컴퓨터 단층촬영(CT) 기술로 미라를 감싼 천을 디지털로 풀고 파라오의 골격과 연조직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파라오는 좁은 턱과 작은 코, 곱슬머리에 윗니가 약간 튀어나온 모습이 아버지인 아흐모세 1세를 닮았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죽은 지 350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치아가 튼튼한 상태였다.
살림 교수는 “이집트 신왕국(기원전 16세기부터 기원전 11세기)의 미라는 지금까지 발견된 것 중 가장 잘 보존돼 있어 일종의 타임캡슐로 간주된다”며 “고대 왕과 왕비는 어떻게 생겼는지, 건강 상태나 질병, 미라 기술과 장례 도구의 제작법 등을 알려줄 수 있다”고 밝혔다.
아멘호텝 1세의 미라는 이전에도 X선으로 조사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번에 찍은 고해상도 CT 영상은 새로운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진은 뼈 구조로 파라오의 사망 당시 나이가 35세이며 키가 169㎝였다는 것을 알아냈다.
연구진은 또 파라오를 둘러싼 오랜 미스터리도 풀었다. 앞서 X선 조사에서 아멘호텝 1세는 매장되고 300년이 지나 다시 방부 처리됐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상형문자 기록에는 무덤이 도굴되면서 미라를 다시 손본 것으로 나타났다.
살림 교수는 당시 성직자가 방부 처리를 다시 하면서 파라오의 시신과 붕대에 함께 있던 보석을 몰래 빼돌릴 수 있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CT 영상은 성직자가 충성스럽게 방부 처리를 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아멘호텝 1세의 미라에 보석들이 그대로 남아있었던 것이다. 파라오는 자신을 감싼 천에 호부(護符) 장식 30개를 갖고 있었으며 독특한 금띠도 두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