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성, 츤데레, 버럭, 악마….’
그동안 방송에서 그를 표현하는 단어는 이랬다. 어딘가 모르게 까칠해 보이는 표정과 버럭 하는 말들이 만든 별명이다. 하지만 그의 따뜻한 손길과 진심을 경험한 누군가는 “겉으로 보는 것과 다르게 엄청 착하고 좋은 분”이라고 기억했다. 코미디언 박명수(51)의 이야기다.
남몰래 전한 선행으로 대중에게 감동을 안겨 왔던 박명수의 미담이 또 전해졌다. 그가 MBC 간판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 출연하던 2011년 일이다. 그해 1월 방송된 ‘타인의 삶’ 편은 어린 시절 의사를 꿈꿨던 박명수가 단 하루 동안 의사가 돼 환자들을 돌보는 내용이 전파를 탔다.
당시 그는 뇌 신경 손상으로 수술을 받고 재활 중이던 이예진양을 만났다. 치료를 돕던 박명수가 ‘아프니까 꿈이 사라졌다’는 예진양 말에 “다 나을 건데 뭐. 꿈을 크게 가져야 해. 우리 서로 연락하자. 예진이가 좀 더 좋아지는 모습 지켜볼게. 꿈 가져야 한다”며 다독이는 장면은 시청자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했었다.
11년이 흘러 24살이 된 예진양은 지난 10일 유튜브 채널 ‘근황 올림픽’에 출연해 방송 뒷이야기를 전하며 박명수와의 추억을 털어놨다. 그는 “전화번호를 교환했었는데 당일에 먼저 전화를 주셨다”며 “그때 ‘집에 컴퓨터 있냐’고 물으시더라. 있다고 했더니 TV랑 가습기를 사서 집으로 보내주셨다”고 회상했다.
이어 “이후로도 전화랑 문자를 했다. 새벽에 연락해도 답장을 주셨다. 이불 뒤집어쓰고 누워서 ‘감사합니다’라는 문자를 보냈던 게 기억난다”며 “시에서 착한 어린이상을 받고 ‘박명수님 덕분에 받은 것 같다’고 했더니 ‘예진이가 잘해서 그런 거다’라고 말씀해주셨다. 너무 어려서 ‘학교에 와주시면 안 되나요?’라는 터무니없는 부탁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너무 오래돼서 기억이 안 나실 것 같다”며 쑥스러워했다. 그 우려와는 다르게 박명수는 예진양과의 추억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명수 소속사 관계자는 한 언론에 “박명수가 영상을 접한 뒤 ‘예진이가 건강해서 다행이다’라며 안도했다”고 밝혔다.
박명수는 2022년을 선행으로 시작했다. 2015년부터 인연을 맺은 사단법인 ‘사랑의 달팽이’를 통해 또 한 명의 청각장애 아동의 수술을 지원한 것이다. 사랑의 달팽이는 경제적으로 소외된 청각장애인들에게 인공와우 수술과 보청기를 지원하는 단체다. 박명수는 매달 정기 후원 중이며 지금까지 총 6명의 아이에게 ‘소리’를 선물했다.
지난 7일에는 유기견을 돕기 위한 재능 기부에 나서기도 했다. JTBC 멀티플랫폼 콘텐츠 ‘할명수’에서 수준급의 사진 실력을 선보였던 그는 새해를 맞아 보호소에 있는 유기견들의 입양 공고 사진을 직접 촬영했다.
그의 알려진 미담은 이게 끝이 아니다. 지난해 11월 그는 14년 만에 발라드곡 ‘오늘 내일 그리고 사랑해’를 발표하면서 모든 수익을 기부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해 세상을 떠난 동료 코미디언 고(故) 김철민과의 이야기도 각별하다. 박명수는 김철민의 투병 기간에 치료비와 생활비를 지원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김철민의 버킷리스트를 대신 이루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