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중독 탈출 경험을 담은 '16.9%의 악마' 펴낸 손광호 목사. /김한수 기자

“저는 알코올중독 때문에 ‘빚진 인생’입니다. 알코올, 약물, 마약 중독으로 고통받는 분들 가운데 한 영혼이라도 하나님께 인도한다면 빚을 좀 갚는 셈이겠지요. 250만 알코올중독자들이 책을 읽으며 ‘이런 사람도 극복했는데’라며 용기를 얻으면 좋겠습니다.”

최근 ‘16.9%의 악마’ 책을 펴낸 알코올중독상담원 원장 손광호(70) 목사는 10대 때부터 지난 1990년까지 지독한 알코올중독자였다. 정신병원과 기도원 등을 들락거리며 보낸 기간이 총 6년에 이를 정도였다. 제목의 ‘16.9′는 현재 소주의 알코올 도수. 300쪽에 이르는 책을 읽는 것은 고통이다. 일반적으로 이런 책은 앞부분 3분의 1 정도는 과거의 악행, 나머지 3분의 2는 회개 후에 얻은 삶의 행복을 서술한다. 그런데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악행이고 중독의 재발이다. 한마디로 ‘주폭(酒暴) 일대기’다. ‘이제는 술을 끊고 행복하게 사는 이야기가 나오겠지’ 싶은 기대를 여지없이 무너뜨린다. 중독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보여준다. 손 목사는 “중독자들의 눈높이에 맞췄다”고 했다. 웬만한 중독자보다 심한 정도였던 자신의 경험을 있는 그대로 적는 것이 오히려 그들에겐 공감을 일으키고 도움이 된다는 것. 중독을 벗어난 이후의 삶에 대해서는 속편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손광호 목사의 저서 '16.9%의 악마' 표지.

그는 알코올중독의 문제점으로 ‘자존감 부족’ ‘상시적 불안감’ ‘양심 마비’ 등을 들었다. “스스로 ‘난 인간 쓰레기’라 여기고, 누군가 자신을 해칠 것이란 불안감에 시달립니다. 그러면서도 양심은 마비된 상태에서 교활하기까지 합니다.”

그는 중독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던 배경으로 어머니와 아내의 변치 않는 믿음과 사랑 그리고 신앙을 들었다. 2003년 미국에서 목사 안수를 받게 된 것도 중독 치유 사역을 위해서였다. 2005년 귀국 후 교회를 순회하며 자신의 경험을 간증하고 있으며 7년 전부터는 중독자 10여 명과 함께 ‘참교회’를 만들어 예배를 드리고 있다.

책을 낸 이유는 코로나 사태 이후 중독 치료 프로그램 모임 등도 원활하지 못하기 때문. 후원자들의 도움으로 책을 중독자들이 입원한 병원에 기증하고 있다. 손 목사의 꿈은 ‘금주사관학교’ 설립이다.

“중독 치료엔 비용이 많이 듭니다. 형편이 어려운 분들은 중독에서 벗어나기도 쉽지 않습니다. 개신교계가 관심을 가져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들도 얼마든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