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귀한 선물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버지 하인두(1930~1989)의 그림을 받아든 화가 하태임(49)씨가 말했다. 8일 한 소장가가 50년 가까이 지니고 있던 하인두 화가의 1968년작 추상화 ‘작품A’를 유족 대표인 하씨에게 전달하는 조촐한 기증식이 서울 중구 아트조선스페이스에서 열렸다. 이곳 개관기념전으로 19일까지 열리는 하인두·하태임 부녀전시 소개 기사를 읽은 대학교수 출신의 한 소장자가 기증 의사를 밝혀왔기 때문이다.
이번 기증으로 그림의 역사가 대(代)를 이어 계승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 이날 그림을 건넨 소장가는 “내 아버지가 하인두 선생에게 선물받은 그림”이라며 “나보다는 선생의 가족 품으로 돌아가는 게 더 의미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다만 “내 이름이 알려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조금 더 결정을 빨리 내려 하인두 선생 생전에 기증했다면 그림에 얽힌 일화를 여쭐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고 했다.
이 그림은 화면 전반을 푸른 색채로 채운 뒤 검은 선으로 구획한 특유의 기하학적 색면 추상을 보여준다. 당시 도쿄비엔날레 출품작으로 추정되는데, 한국 1세대 추상 거장의 회화 연구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그림을 살펴본 하인두의 아내 류민자(80) 화가는 “보기 힘든 초기작을 받게 돼 기쁘고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해당 기증 작품은 전시 종료일까지 전시장에서 관람객에게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