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우루과이 푼타 델 에스테에서 열린 2022년 유네스코 기예르모 카노 세계언론자유상 시상식에서 올해 수상자인 벨라루스언론인협회(BAJ)를 대표해 안드레이 바스투네츠 회장이 연설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2021년 8월,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 있는 벨라루스언론인협회(BAJ) 사무실에 경찰이 들이닥치면서 아수라장이 됐다. 이 나라 대법원이 이 단체를 해산시켜달라는 법무부의 요청을 받아들여 해산 명령을 내린 것이다. 당시 벨라루스는 1994년부터 장기 집권 중이던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이 2020년 부정선거로 정권을 연장했다는 의혹이 일파만파 번지면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1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었다.

BAJ 소속 언론인들은 집권 세력의 부정선거 의혹을 파헤치고, 분노한 국민의 목소리를 담아내면서 정권의 눈엣가시가 된 상황이었다. BAJ 소속 상당수는 정권의 탄압으로 체포되거나 조국을 떠나 외국으로 대피해야 했다. 시련을 겪은 벨라루스 언론인들이 지구촌 표현의 자유의 상징이 됐다. 유엔 세계 언론자유의 날(5월 3일)을 앞두고 수여되는 유네스코 기예르모 카노 언론자유상의 올해 수상자로 선정됐다. 특히 이들을 탄압한 루카셴코 정권이 우크라이나를 무력 침공한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정권과 밀착하면서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더욱 뜻깊은 수상이었다. BAJ는 1995년 설립됐으며 독립 언론인 1300여 명이 가입해있다.

2일 우루과이 푼타 델 에스테에서 열린 2022년 유네스코 기예르모 카노 세계언론자유상 시상식에서 올해 수상자인 벨라루스언론인협회(BAJ)를 대표해 안드레이 바스투네츠 회장(오른쪽)이 오드리 아줄레이 유네스코 사무총장으로부터 상장을 건네받고 있다. /AFP 연합뉴스

2일 우루과이 푼타 데 에스테에서 열린 언론자유 국제회의에서 안드레이 바스투네츠 BAJ 회장이 참석해 상장과 상금(2만5000달러·약 3170만원)증서를 받았다. 당국의 탄압을 피해 도피 중인 그는 “이 상은 벨라루스의 독립 언론을 수호하기 위해 엄청난 대가를 치르고 있는 모든 이에게 바치는 것”이라고 수상 소감을 말했다. 1997년 제정된 유네스코 기예르모 카노 언론자유상은 시련과 역경 속에서도 진실을 쫓았던 언론인들을 발굴해 수상자로 선정해온 것으로 유명하다. 상의 명칭인 기예르모 카노는 마약조직의 실상을 파헤치다 1986년 암살된 콜롬비아의 기자 이름이다.

이 상은 노벨상과도 인연이 깊다. 직전연도인 2021년도 수상자 필리핀의 여성 언론인 마리아 레사는 같은 해 노벨평화상도 공동 수상했다. 2015년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역시 BAJ 회원으로 그 역시 정권 탄압을 위해 해외 도피 중이라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전했다. 주로 개인에게 시상해왔던 이 상을 단체가 받은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독재 정권을 연장하며 언론의 자유를 탄압하는 루카셴코 정권에 대한 경고의 의미도 담겨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루카셴코 정권은 작년 5월에는 정권에 비판적인 언론인을 체포하기 위해 군용기를 출격시켜 외국 민항기를 강제 착륙시킬 정도로 언론 탄압에 앞장서면서 국제사회의 공분을 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