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으로만 공부할 수밖에 없었어요.”

온몸을 움직일 수 없는 30대 지체장애인이 고졸 검정고시 전 과목 만점을 받았다. 10일 충북도교육청에 따르면 충북 옥천에 사는 이수찬(33)씨가 지난 9일 치러진 제1회 고졸 검정고시에서 7과목 모두 만점을 받아 합격했다. 이씨는 2020년 제2회 초졸 검정고시와 2021년 제1회 중졸 검정고시에서도 만점을 받았다.

이씨는 초등학교 1학년 때 근이영양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근육이 점점 퇴화하여 움직이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되는 난치병이다. 이씨는 걸을 수 없는 상황이 돼 결국 초등학교 3학년 때 학업을 포기해야 했다. 어머니 최선미(58)씨는 “쉬는 시간에도 화장실을 데리고 다닐 정도로 건강이 악화돼 집에서만 생활했다”고 했다.

이씨는 자가 호흡이 어려워 24시간 내내 산소호흡기를 달고 있어야 한다. 대부분 침대에 누워 있고, 양손 힘이 빠져 두 손을 모아 힘을 합쳐야 무선마우스 키를 겨우 누른다. 초등학교 3학년 이후 이씨의 일과는 온종일 TV를 보거나 컴퓨터로 세상과 소통하는 것이 전부였다. 그러다 2020년 국회의원 선거 때 옥천의 한 학교 투표소를 찾았다가 마음을 바꿨다. 이씨는 통화에서 “책상과 의자를 보면서 학교 다니던 시절을 떠올렸다”며 “사회 구성원으로 도움을 주고 싶어 공부를 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장애인 평생교육시설인 ‘해뜨는 학교’에서 검정고시와 관련된 정보를 얻고, 인터넷으로 강의를 들으며 초등과정을 공부했다.

고졸 검정고시는 국어·수학·영어·사회·과학·한국사 등 공통과목과 선택과목 등 7과목을 치른다. 가장 어려웠던 과목은 수학이다. 필기도구로 연습장에 계산할 수 없어 암산으로만 문제를 풀었다. 이씨는 “사람들이 연습장에 문제를 풀듯이 머릿속에서 계속 그림을 그리는 연습을 했다”라며 “안 되면 보고 또 보고 반복했다”고 했다. 그는 하루에 평균 4∼5시간씩 공부에 매진했다. 2020년 제2회 초졸검정고시와 2021년 중졸검정고시에서 모두 만점을 받은 데 이어 올해 고졸 검정고시도 만점을 받았다. 이씨는 “아이즈원 장원영씨 팬인데 검정고시에서 ‘국·영·수’ 과목 만점을 받았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꼭 만점을 받고 싶었어요”라고 했다.

시험을 볼 때는 감독관이 그를 대신해 OMR 카드에 답안을 표시해줬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대독·대필할 경우 과목에 따라 5∼10분의 시험시간을 더 주지만 이씨는 일반 응시자와 똑같이 시험을 치렀다”고 했다. 이씨는 “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해 장애인 인권 개선에 도움을 주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