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국가대표팀과의 친선 경기를 위해 방한한 브라질 축구 국가대표팀 선수가 과거 가난했던 자신에게 축구화를 빌려준 한국인 친구와 20년 만에 재회한 영화 같은 이야기가 전해졌다. 다니 알베스(39·바르셀로나)와 축구선수 출신 김상덕(38) 코치의 이야기다.
알베스는 30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이것은 우리 삶의 아름다운 실제 이야기”라며 2001년 주니어팀 시절 김 코치와 찍은 사진과 최근 한국의 호텔에서 김 코치와 재회해 찍은 사진을 게재했다.
알베스는 “21년 전 브라질 바이아 기슭에서 나는 김상덕을 만났다. 그리고 수년 후 한국에서 우리는 다시 만났다”고 했다.
이어 “당시 그와 함께한 시간들이 영화처럼 머리를 스쳐 지나간다”며 “매운 음식, 그에게 빌린 운동화, 그의 부모님이 보내주신 산해진미 등은 지금도 감사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 인생에서 이런 중요한 페이지를 다시 찾을 수 있다는 건 매우 행복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김 코치는 1997년 브라질 축구 유학을 떠나 2001년 브라질 프로축구 1부리그 바이아의 주니어 팀에 입단한 선수 출신이다. 전남 드래곤즈와 수원 삼성블루윙즈 등 K리그에서 활약했고 2003년 청소년대표를 거쳐 2006년 올림픽 대표로도 출전했다. 현재는 경기도 수원에서 어린이 축구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이날 스포츠머그 인터뷰에 따르면 브라질 축구 유학 당시 알베스와 인연을 맺었다는 김 코치는 최근 알베스 방한 소식을 듣고 무작정 알베스가 묵는 호텔 앞으로 찾아갔다.
팬들과 함께 서서 브라질 대표팀이 탄 버스를 기다리던 김 코치는 알베스가 버스에서 내리자 마스크를 내리고 알베스를 불렀다. 알베스는 그런 김 코치를 한 눈에 알아보고 다가와 “방금 네 이야기를 했는데 네가 갑자기 나타났다”고 했다. 또 동료들에게 “이 친구가 바로 김상덕”이라며 김 코치를 소개했다. 이 자리에서 연락처를 교환한 알베스와 김 코치는 이후 호텔에서 다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고 한다.
김 코치는 “(유학생 시절) 용돈을 넉넉히 받았지만 혼자 외국인이라 정신적 스트레스가 있었다”며 “알베스는 그 당시 물질적으로 조금 어려워서 서로 도움이 많이 됐다”고 회상했다. 이어 “알베스가 제 보호자처럼 옆에서 많이 도와주고 지켜줬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누가 청소년 대표 먼저 하나 보자”며 헤어졌다는 두 어린 선수는 각자의 나라에서 꿈을 이뤘다. 김 코치에게 축구화를 빌려 신고 경기를 뛰던 알베스는 현재 축구 역사상 최다 우승자(47회)이자 바르셀로나의 전성기를 이끈 세계적인 선수로 거듭났다.
김 코치는 이날 인스타그램을 통해서도 “20년만에 만난 내 친구. 진짜 브라질 대표 선수가 돼서 봤다”며 “반갑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고 기분 좋은 하루였다”고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