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현지 시각) 낮 백악관과 마주한 워싱턴DC 중심 라파예트 광장에 보랏빛 종이 피켓과 태극기 액세서리 등을 든 이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글로벌 스타가 된 K팝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초청으로 아시아계 대상 혐오 범죄 대응 등의 문제를 논의하러 이날 백악관을 방문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근 지역에 사는 팬들이 집결한 것이다. 백악관 펜스 앞에 바짝 다가선 이들은 혹시 BTS를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며 “BTS, BTS”를 연호했다.
BTS의 백악관 방문은 이날 오후 정례 브리핑 모습도 바꿔 놓았다. BTS가 정례 브리핑에 참석할 것이란 사실이 알려지면서 미국, 한국, 일본, 대만 등 각국 취재진 100명가량이 몰려들었다. 브리핑 시작 훨씬 전부터 브리핑룸에 마련돼 있는 49석의 고정 좌석 주변 통로가 가득 찰 정도였다. 검은 정장에 하얀 셔츠를 받쳐 입고 검은 넥타이를 맨 BTS 멤버들은 오후 2시 43분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의 뒤를 따라 브리핑룸에 들어섰다. 그 순간 기자들은 일제히 휴대전화를 꺼내 사진과 영상을 찍었고, 평소 접속자 수백 명 수준인 정례 브리핑 온라인 생중계에도 접속자가 몰렸다. 오후 2시 30분쯤 이미 평소보다 훨씬 많은 17만명의 접속자를 기록했고, 브리핑 시작 후에는 30만명까지 치솟았다.
장피에르 대변인은 “BTS는 그래미상 수상 후보에 오른 국제적 아이콘이자 젊은이들의 홍보 사절 역할을 하며 존중과 긍정의 메시지를 전파하고 있다”며 “바이든 대통령과 만나 아시아계에 대한 포용, 아시아계의 대표성과 다양성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BTS는 지난해 아시아계를 향한 혐오 범죄와 관련해 “아시아인으로서 차별받았던 순간들을 기억한다”며 “우리는 이런 이유 때문에 증오와 폭력을 받는 것의 고통을 말로 다 할 수도 없다”는 성명을 낸 적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런 점을 고려해 BTS를 아시아, 하와이 원주민, 태평양계 미국인 문화 유산의 달인 5월 백악관에 초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BTS 멤버 지민(박지민)은 “최근 아시아계를 대상으로 한 많은 증오 범죄에 놀랐다”며 “이런 일이 근절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오늘 이 자리에서 목소리를 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슈가(민윤기)는 “나와 다르다고 그것은 잘못된 일이 아니다. ‘옳고 그름’이 아닌 ‘다름을 인정’하는 것으로부터 ‘평등’은 시작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뷔(김태형)는 “우리는 모두 각자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오늘, 한 사람 한 사람이 의미 있는 존재로서 서로 존중하고 이해하기 위한 또 한 걸음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BTS는 이날 오후 3시 바이든 대통령과 만나 35분간 환담했다고 소속사 빅히트 뮤직은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BTS에게 “선한 사람이 증오가 얼마나 나쁜 것인지 이야기하면 증오는 점차 줄어든다”며 “사람들은 여러분(방탄소년단)이 말하는 것에 귀를 기울인다. 여러분이 하는 일은 모든 이에게 선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