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8월 29일 오전 6시 27분, 경기 김포 한강 하구에서 지뢰가 폭발했다. 이 사고로 갈대 제거 작업 중이던 해병대 이주은(29) 당시 중위는 왼발을 잃었다. 하지만 해당 부대는 물론 국방부조차 어떤 보상을 받을 수 있는지, 보상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사람이 없었다. 이 사고를 계기로 이씨는 해병대 사령관의 꿈을 접고, 자신처럼 군에서 부상을 입고 제대한 청년들을 돕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해병대 사령관이 돼도 법이나 제도를 바꾸긴 어려울 것 같았다”며 “사령관은 나보다 잘할 수 있는 동료들이 많지만, 다친 군인을 돕는 일은 당사자인 내게 더 잘 맞는 일이라 생각했다”고 했다.
지난 2월 예비역 대위로 제대한 이씨는 ‘서울시 청년 부상 제대군인 원스톱상담창구’에서 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부상 군인 당사자에서 이제는 자신과 같은 처지인 청년들의 보상과 사회 복귀를 돕는 ‘조력자’가 된 것이다.
부상 제대군인을 위한 상담 창구는 이씨가 작년 6월 오세훈 서울시장을 만난 자리에서 “부상 제대군인을 위한 전상 지원 센터를 만들어 달라”고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오 시장이 이씨의 제안을 전격 수용했고, 시는 이씨가 제출한 사업계획서를 채택했다. 작년 말 시의회에서 관련 예산안이 통과돼 3월 25일 전국 지자체 중 처음으로 부상 제대군인 상담 창구가 생겼다. 이씨는 “군 복무 중 다쳐서 국가유공자 등으로 선정되면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심사 기준이 엄격하고 까다롭기 때문에 사고 인과관계 파악부터 서류 준비까지 개인이 홀로 준비하기엔 어려움이 많다”고 했다.
서울시청 시민청에 있는 상담 창구에서는 서울 거주 부상 제대군인들에게 국가유공자 신청 관련 상담과 법률 지원, 심리·재활 프로그램, 취업 연계 등을 제공한다. 약 석 달 동안 50여 명이 도움을 받았다.
아직 미흡한 부분도 있다. 서울에 살지 않는 청년들은 지원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씨는 “국가의 부름을 받고 복무 중 부상을 입은 청년들을 국가가 끝까지 책임져 주는 지원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