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가 퇴임 후 첫 공식 직책으로 포르투갈의 ‘굴벤키안 인권상’ 심사위원장직을 맡게 됐다고 독일 언론들이 지난 30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작년 12월 16년간 재임한 총리직에서 물러나 은퇴를 선언한 지 약 7개월 만이다.
메르켈 전 총리는 올가을부터 이 직책을 맡아 내년도 수상자 선정 과정에 참여한다. 이 상은 같은 이름의 재단이 지난 2020년 상금 100만유로(약 13억6000만원)를 내걸고 만들었다. 첫 번째 상은 스웨덴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지난해 두 번째 상은 기후변화 대응과 에너지 전환을 위한 글로벌 기후·에너지 시장협약(GCoM)이 받았다. 올해 수상자는 다음 달 발표 예정이다.
그는 퇴임식에서 “독서와 여행을 하면서 푹 쉬고 싶다”며 당분간 대중 앞에 나서지 않겠다고 했다. 이후 지난달 1일 라이너 호프만 독일노동조합총연맹(DGB) 위원장 퇴임식 축사를 맞아 처음 공개 석상에 나왔고, 지난달 7일에는 자신의 연설 모음집 출간을 기념해 베를린에서 공개 대담도 했다. 그는 당시 “푸틴은 유럽의 파괴를 원했다”며 “나는 재앙(전쟁)을 막으려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메르켈 전 총리는 27일부터 미국을 방문 중이다. 29일 워싱턴DC에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만나 함께 ‘국립 아프리카계 미국인 역사 문화 박물관’을 찾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트위터로 메르켈 총리와 함께 박물관을 둘러보는 사진을 공개하면서 “메르켈은 현명한 실용주의와 유머, 흔들리지 않는 윤리적 잣대로 위기를 헤쳐 나갔다”며 “그를 ‘친구’라고 할 수 있어 (나는) 운이 좋다”고 했다.
굴벤키안은 20세기 초·중반 세계 석유 산업을 이끈 아르메니아계 영국인 사업가로, 세계 최대 석유 기업인 영국 로열더치셸을 출범시켰다. 그는 은퇴 후 포르투갈 리스본에 정착해 살면서 리스본의 명소인 대형 정원과 박물·미술관을 만들었다. 현재 자신의 이름을 딴 재단이 이 시설들을 운영하면서 각종 문화·학술 지원 활동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