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리야는 빛으로 가득 찬 사람이었습니다. 그의 꿈은 아이들에게 수학을 가르치는 것이었죠. 그와 같은 사람이 죽는다는 건 곧 우크라이나의 미래가 죽는 것입니다.”
5일 핀란드 헬싱키 알토 대학교에서 ‘수학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Fields Medal)을 받은 마리나 비아조우스카(38·우크라이나) 스위스 로잔연방공과대 교수는 키이우에 있던 시절 인연을 맺었던 젊은 수학자 율리야 즈다노우스카를 떠올렸다. 율리야는 지난 3월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에서 러시아군의 포격을 받고 스물두 살의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비아조우스카 교수는 “러시아가 조국을 침공하면서 내 삶도 완전히 바뀌었다”며 “전쟁이 시작되자 어떤 것도 생각할 수 없었던 나는 학생들에게 수학을 가르치면서 조금이나마 내 안의 두려움과 고통을 잊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키이우에 살던 그의 두 여동생과 조카들은 현재 비아조우스카가 있는 스위스로 대피해 있다. 그는 “항공기 공장에서 기술자로 일하며 세 자매를 키우신 부모님은 여전히 키이우 근교에 계신다”며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신념과 자유를 지키기 위해 크나큰 희생을 하고 있다. 나의 수상 소식이 우리 국민에게 조그만 희망이라도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허준이(39)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등과 함께 2022 필즈상의 주인공이 된 비아조우스카는 우크라이나인으로는 첫 수상자가 됐다. 필즈상은 수학적으로 가장 뛰어난 연구 업적을 쌓은 40세 미만의 수학자에게 4년마다 수여하는 수학계 최고 권위의 상이다.
그는 구소련 시절이던 1984년 키이우에서 태어났다. 고향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독일로 건너가 석·박사 학위를 딴 비아조우스카는 정해진 공간을 구(球)로 최대한 많이 채우는 방법에 관한 ‘케플러의 추측’을 고차원으로 해결하며 단숨에 수학계의 스타로 떠올랐다.
1620년 독일 천문학자 요하네스 케플러가 답을 추측하며 제기한 이 문제는 1998년이 되어서야 토머스 헤일스가 3차원으로 이를 증명했다. 비아조우스카는 이 문제를 파고든 지 13년 만인 지난 2016년, 8차원과 24차원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마법의 공식’을 발견했다.
그는 필즈상 86년 역사상 두 번째 여성 수상자다. 2014년 여성 수학자로는 처음으로 필즈상을 받았던 마리암 미르자하니(이란) 전 스탠퍼드대 교수는 암 투병 끝에 2017년 별세했다. 비아조우스카는 “긴 역사를 통틀어 내가 겨우 두 번째 여성이란 점이 슬프다”며 “앞으로 많은 여성 수상자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