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저스의 목소리’로 불렸던 스포츠 캐스터 빈 스컬리가 3일 별세했다. 향년 94세.

LA 다저스 아나운서 빈 스컬리의 2007년 모습/로이터 연합뉴스

스컬리는 미 프로야구(MLB) LA 다저스 경기를 67년간 전담 중계했던 유명 해설자다. 다저스 구단은 추모 성명을 통해 “스컬리는 ‘다저스의 목소리’ 그 이상이었다”며 “다저스의 양심이자 ‘계관시인’으로서, 재키 로빈슨부터 샌디 쿠팩스와 커크 깁슨을 거쳐 클레이턴 커쇼에 이르기까지 다저스 영광의 연대기를 기록해왔다”고 애도했다.

1927년 뉴욕 브롱크스에서 태어난 스컬리는 1950년 브루클린 다저스(현 LA 다저스) 경기 중계를 시작했다. 다저스가 1958년 연고지를 브루클린에서 LA로 옮기고, 월드시리즈에서 6차례 우승하는 모습을 현장에서 직접 지켜봤다. 1965년 쿠팩스의 퍼펙트게임, 1974년 흑인 행크 에런이 베이브 루스의 통산 최다 홈런 기록을 경신하는 순간, 1988년 월드시리즈 커크 깁슨의 끝내기 홈런 등 MLB의 역사적 순간을 자신의 목소리로 전했다.

2002년 빈 스컬리 중계 모습. /AP 연합뉴스

2013시즌 미국에 진출한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이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뛸 때도 스컬리가 중계를 맡았다. 류현진의 옛 동료이자 현재 국내 프로야구에서 뛰는 야시엘 푸이그(키움)에게 ‘야생마’라는 별명을 붙여준 것도 스컬리였다.

스컬리는 캐스터로는 여섯 번째로 1982년 미국 야구 명예의 전당에 입회했다. 2016년 10월 다저스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라이벌전을 끝으로 자리에서 물러난 그는 그해 11월 버락 오바마 당시 미 대통령이 수여하는 자유의 메달을 받았다. 다저스 구단은 앞서 2001년 홈구장 다저스타디움 기자실을 빈 스컬리 프레스박스로 명명했다.

이날 미국 각계각층에서 추모가 이어졌다. 다저스와 홈경기를 치른 자이언츠는 구장 오러클 파크 전광판에 추모 사진을 띄웠다. 스탠 카스턴 다저스 최고경영자는 “스컬리는 모든 스포츠에서 가장 위대한 목소리 중 한 명이었다”고 했다. LA타임스는 “다저스의 영원한 목소리가 세상을 떠났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