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간 봉사를 하면서 남에게 도움을 주는 것보다는 내가 얻어가고 배우는 게 더 많더군요. 앞으로 더 많은 분들이 봉사를 일상처럼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어요.”
19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서 만난 정영은(77)씨는 “건강하면 봉사하세요. 봉사하면 건강해집니다”라며 웃었다. 정씨는 지난 1997년부터 올해까지 25년간 서울아산병원에서 4000시간 넘게 자원 봉사했다.
주부인 정씨는 신문에 난 ‘자원 봉사자 모집 공고’를 보고 우연히 봉사에 발을 들였다. 처음 봉사 활동을 시작한 건 1995년, 노인복지센터 점심 급식 봉사였다. 그러다 1997년 지인과 함께 아산병원에 봉사를 온 이후 20년 넘게 매주 병원을 찾게 됐다. “어릴 때부터 간호사를 꿈꿔서인지 병원 봉사는 발길을 끊을 수가 없었어요.”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의 머리를 감겨주고, 옷을 갈아입히고, 침대 시트를 갈았다. 보호자들에게 수술실을 안내하는 일, 장애가 있는 환자의 휠체어를 밀어주는 일 등 병원에서 각종 허드렛일을 도맡았다.
정씨는 “봉사 활동을 처음 시작할 무렵 심장 수술을 받으러 온 조선족 아이들이 아직 기억이 난다”고 했다. “재단의 도움으로 무료로 심장 수술을 받으러 왔는데 부모들은 경비 문제로 입국하지 못했죠. 자원 봉사자들이 3교대로 병실에서 엄마처럼 챙겨줬던 기억이 납니다.” 정씨는 “한 아이가 생일을 맞아 케이크를 준비해서 노래를 불러줬는데 환하게 웃는 얼굴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고 했다.
오랜 기간 봉사한 공로로 정씨는 최근 열린 ‘자원봉사자 정년 퇴임식(만 75세)’에서 감사장을 받고 활동을 마쳤다. 퇴임식에서는 박수가 쏟아졌다. 정씨는 “아직 건강한데 봉사를 더 하지 못해 아쉽다는 생각 뿐”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