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정치 명문가 케네디 가문이 또 한번 바이든 정부에서 대사를 배출했다.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종손자인 조 케네디 3세(42)가 북아일랜드 경제 특별대사에 임명된 것이다. 케네디 전 대통령의 제수(弟嫂) 빅토리아 케네디(68) 주오스트리아 대사, 장녀 캐럴라인 케네디(65) 주호주 대사에 이어 바이든 정부 들어서만 세 번째다.

18일 북아일랜드 경제 특별대사로 임명된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종손자 조 케네디 3세(왼쪽)와 장녀 캐럴라인 케네디(오른쪽 위) 호주 대사, 제수 빅토리아 케네디(오른쪽 아래) 오스트리아 대사. /AP 연합뉴스·유튜브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18일(현지 시각) “북아일랜드 경제 특별대사에 조 케네디 3세를 임명한다”며 “북아일랜드의 경제 발전과 투자 기회 확대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 케네디 3세는 트위터를 통해 “믿을 수 없는 영광”이라며 “북아일랜드에 대한 미국의 약속을 재확인하고 모든 북아일랜드 국민을 위해 경제적 번영과 기회를 증진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조 케네디 3세는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동생인 로버트 케네디 전 미 법무장관의 손자다. 케네디가의 대를 잇는 정치인인 그는 지방 검사로 활동하다가 2013년부터 2020년까지 매사추세츠주 연방 하원 의원을 지냈다. 2020년 매사추세츠주 상원 의원 선거에 도전했지만 민주당 경선에서 패한 뒤 재기할 기회를 기다려왔다.

이번 대사 임명은 아일랜드계 이민자 후손인 케네디가 출신을 통해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인 북아일랜드와 관계를 복원하려는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북아일랜드 경제 특별대사 자리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임명된 믹 멀베이니가 지난해 1월 사임한 이후로 2년 가까이 공석이었다. 영국령인 북아일랜드는 브렉시트 이후 후속 조치인 북아일랜드 협약으로 영국 본토와 선이 그어지자 내부 연방주의자들의 반발이 극심한 상태다. 영국이 북아일랜드 협약을 손보자고 주장하면서 유럽연합과도 충돌하고 있다. 아일랜드계 후손인 바이든 대통령은 평화로운 합의에 도달하도록 양측을 압박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든 대통령의 케네디가 출신 중용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케네디 전 대통령의 장녀이자 오바마 행정부에서 주일본 대사를 지낸 캐럴라인 케네디는 지난해 12월 호주 대사에, 케네디 전 대통령의 제수이자 에드워드 케네디 전 상원 의원의 아내인 빅토리아 케네디는 지난해 7월 주오스트리아 대사에 각각 임명됐다. 특히 캐럴라인 케네디는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의 대(對)중국 견제 노선의 핵심 국가인 호주에 부임해 주목받았다.

바이든 대통령이 같은 민주당원이자 아일랜드계 가톨릭 신자 출신인 케네디가에 동질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009년 에드워드 케네디 전 상원 의원이 작고했을 때 바이든 당시 부통령은 그를 “큰형과 같았던 분”이라며 “내가 정치적 난관에 빠질 때마다 나를 옹호해 명예를 지킬 수 있도록 도와줘 빚을 진 느낌”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올해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바이든 대통령이 케네디가의 뿌리인 보스턴을 찾아 연설할 때에는 캐럴라인 케네디 대사가 ‘구원투수’로 방문해 힘을 싣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