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완나와리 홈페이지

18년간 패션 디자이너로 활동하던 태국 공주 시리완나와리 나리랏 랏차깐야(Sirivannavari Nariratana Rajakanya·36)가 뜻밖의 승진을 하며 장군이 됐다.

11일(현지 시각) 미 블룸버그통신은 “마하 와치랄롱꼰(라마 10세) 국왕이 다음 달 1일 시행되는 최신 군 진급 대상에 딸 시리 공주를 포함시켰다”며 “그녀는 소장 계급으로 태국 왕실을 위해 활동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시리 공주는 2018년 7월 육군 대령 칭호를 부여받으며 기병학교 수석부교수로 임명됐으나 그녀의 군 활동에 대해서는 크게 알려진 바가 없다. 인도 매체 나브바랏타임스는 “제대로 된 군 경험도 없는 그녀가 갑자기 왜 장군이 된 건지 많은 사람이 의구심을 품는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승진 소식을 계기로 패션계에서 왕성히 활동해온 시리 공주의 남다른 이력이 주목받고 있다. 베트남 매체 ‘2sao’ 는 “그녀가 패션계에서 일정한 위치를 구축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며 그녀의 이력을 상세히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시리 공주는 프랑스 파리의상조합(ECSCP)에서 디자인 석사 학위를 땄고, 2005년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 ‘시리완나와리’를 세우며 20년 가까이 패션 디자이너로 활동해왔다. 디올, 아르마니, 페라가모 등에서 경력을 쌓기도 했다.

시리 공주는 지난 8일 홍콩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인터뷰에선 “공주들은 멋진 궁전에서 하루를 보내기만 하는 게 아니다. 공주도 일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겠다”며 왕족에 대한 편견을 깨려는 모습도 보였다. 이어 “패션쇼에 앉아서 단순히 ‘저 옷 사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을 넘어 나만의 아이디어를 내기 위해 골몰했다”며 “나는 매우 성공적인 디자이너가 되고 싶고, 내 디자인이 백화점과 상점에 진열돼 있기를 원한다”고도 했다.

시리 공주는 라마 10세 국왕과 그의 둘째 부인 수차리니 위왓차라웡(Sujarinee Vivacharawongse) 사이에서 태어난 외동딸이다. 다년간 검사로 일하며 ‘검사 프린세스’로 국민들의 신망을 받았으나 지난해 12월 부정맥으로 쓰러진 뒤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있는 왕실의 장녀 팟차라끼띠야파 나렌티라텝파야와디(44) 공주(파 공주)의 이복동생이기도 하다. 시리 공주 아래로는 디파콘 왕자 등 다섯 동생이 있는데 왕실 공식 후계자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나브바랏타임스는 “일부 사람들은 시리 공주가 병상에 있는 언니를 대신해 태국의 왕위를 차지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