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안암캠퍼스에서 남성욱 통일융합연구원장이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박정훈 기자

“김정은이 최근 열 살짜리 딸 김주애를 전면에 노출시키고 있는데 이는 유일 수령 체제를 밀고 나갈 동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과체중과 과도한 술·담배로 건강이 악화된 김정은이 내년이면 40대에 접어드는데 가족력인 심근경색의 발병률도 올라갈 것이고요. 10년 안에 김씨 왕조의 몰락은 가시화된다고 봅니다.”

북한 전문가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가 교내에 통일 관련 연구원을 새로 열었다. 이름은 통일융합연구원. 초대 원장을 맡았다. 남 교수는 국정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을 지내는 등 이론과 실무 경험을 두루 갖춘 북한·통일 연구 분야의 전문가다.

남 교수는 통일 문제를 연구하는 기관에 ‘융합’이란 말을 붙인 이유에 대해 “정치·군사 중심의 인문사회적 연구뿐 아니라 과학기술, 보건의료, 문화예술체육 연구 등을 융합해 다학제적인 통일 연구를 해보겠다는 뜻”이라고 했다. 연구원의 내부 운영위원도 의학, 정치학, 경제학, 교육학, 공학, 환경학 교수 등 다양한 전공 분야에서 폭넓은 구성을 갖췄다.

남 교수는 “김씨 왕조가 10년 내 몰락할 것”이라면서 “새로운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고도 했다. 하지만 “김씨 왕조의 몰락이 북한의 붕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집단지도체제로 넘어갈 공산이 큰데 그중 외부의 변화에 열려 있는 이들을 공략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그는 “이후 10년에 걸쳐 북한 주민의 마음을 사로잡도록 ‘새로운 물결’을 북 전역에 보내야 한다”며 “사회간접자본(SOC) 지원 등이 하나의 방편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통일융합연구원에서도 정치 외에도 다양한 분야를 중심으로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다음 달 27일 예정된 첫 개원 세미나의 주제는 ‘남북한 보건의료 협력’. 남 원장은 “북한이 코로나로 큰 피해를 입었음에도 우리의 코로나 진단키트, 마스크, 백신 지원을 받지 않았다”며 “추후 이러한 팬데믹이 또 찾아올 수 있는데 그때 남북한 간 보건의 벽을 허물고 한국의 의약품 등으로 북한 주민의 목숨을 구한다면 이들의 마음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외에도 남북한 도로 통합, 표준 통합, 그린데탕트 등 남북의 이질성을 줄이고 비정치 분야에서의 협력을 모색하는 연구와 세미나를 계획 중이다.

남 교수는 “이제 (북한에) 새로운 시기가 도래하는 터널의 끝에 와 있다”며 “그동안 쌓은 이론과 실무 경험을 쏟아부어 새로운 연구의 시야를 개척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