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부다 마가르가 의족을 신은 채 에베레스트 정상에 올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켄트온라인

아프가니스탄에서 두 다리를 잃은 퇴역 군인이 에베레스트 정상을 등반했다. 주인공은 부다 마가르(43)씨. 네팔 출신인 그는 지난달 17일(현지 시각) 의족(義足)을 찬 채로 4명의 셰르파와 등반에 나서 지난 19일(현지 시각) 에베레스트 정상에 도착했다. 마가르씨의 에베레스트 정복은 무릎 위로 두 다리가 절단된 장애인 가운데 최초라고 네팔 관광부는 밝혔다. 무릎 아래로 두 다리가 절단된 장애인의 에베레스트 정복 사례는 2006년과 2018년에 각각 있었다.

그는 1999년 영국군 구르카 용병에 입대했다. 이후 영국의 해리 왕자 등도 참전한 아프가니스탄에서 싸우다 2010년 4월 폭발물 공격으로 두 다리를 잃었다.

이후 알코올중독에 시달렸고 우울증이 심해져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세 아이와 아내를 위해 스카이다이빙·스키 등 운동으로 삶에 대한 열정을 되찾았다.

마가르씨는 장애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등반을 결심했다고 한다. 2017년 네팔 정부가 사망 사고를 줄이기 위해 두 다리가 없는 장애인 등의 에베레스트 등반을 금지하자, 장애인 등정 금지령 폐지 운동에 앞장섰다.

등반 기회를 얻은 그는 작년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5350m)에 오르는 등 준비에 나섰다. 정상 등반은 순탄하지 않았다. 의족을 착용한 탓에 등반 속도가 다른 산악인의 30% 수준에 불과했다. 베이스캠프에서 날씨가 맑아지기까지 18일을 기다리는 동안 혹한의 상황에서 두 구의 시신이 끌려 내려오는 것을 목격하기도 했다.

그는 “‘내가 죽을 운명이 아니라면 이 세상 어디에서도 죽지 않는다’는 믿음이 운명을 건 도전으로 이끌었다”며 “(내 등반은) 무슨 일이 있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