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웅(64) 강남세브란스병원 재활의학과 교수(호흡재활센터장 겸임)는 지난달 15일 본지에 실린 배구 선수 한성정(27)과 부친 한은범(58)씨 기사를 보고 기자에게 연락을 취했다.

지난달 28일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배구선수 한성정(왼쪽부터), 부친 한은범씨와 강성웅 교수. /강성웅 제공

기사와 같이 실린 사진을 보니 척추 후만증을 가진 한 선수 부친이 “폐활량이 정상인보다 낮아 이산화탄소가 몸에 쌓이기 시작하면 호흡 마비 위험성이 있다”고 본 것.

강 교수는 한씨와 연락을 주고받은 뒤 그를 병원에 불러 지난주부터 호흡량을 증가시켜 체내 이산화탄소를 감소시킬 수 있는 환기 보조 치료를 한 후 3일 퇴원시켰다. 강 교수는 “진료를 보니 제가 생각했던 대로 한씨의 폐활량은 신체 대비 정상인의 30%밖에 안됐다”며 “앞으로 잘 때 인공호흡기를 착용한 채 자라”고 당부했다.

지난달 3일 경기 수원 한 체육관에서 프로배구 남자부 우리카드 한성정(오른쪽) 선수와 부친 한은범씨가 본지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지체장애 3급인 부친 한씨와 아들 성정 선수의 키 차이는 60cm 가량 차이가 난다. /남강호 기자

강 교수는 “(한씨가) 그동안 호흡에 불편함이 있어 여러 병원을 가봤지만, 명쾌한 진단을 듣지 못했다 한다”면서 “본인 문제와 치료 방법 등을 알게 되어 기뻐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런 인공호흡기의 월 대여료는 통상 70만~80만원 정도에 이르지만 정부에서 척추 후만증 환자 허리 각도 등을 따져 지원을 한다”면서 “한씨는 정부(지방자치단체)에서 90%를 보조해주기 때문에 비용은 거의 들지 않는데 그동안 몰랐던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이런 분들에겐 호흡기가 곧 약”이라면서 “이런 치료법과 혜택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한씨는 “젊었을 땐 어찌저찌 살았는데, 나이가 들수록 호흡이 불편해진 게 있었다. 강 교수께서 신경을 많이 써주셔서 감사하다. 두 달 뒤에 다시 치료차 병원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했다.

강 교수는 연세대 의대를 졸업하고 1992년부터 모교 병원에서 재직하고 있다. 30년 넘게 ‘호흡 재활’ 영역 권위자로 신경근육계 질환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다. 호흡 재활은 다양한 기구와 기법을 이용하여 호흡곤란으로 인한 증상을 완화하고 합병증을 예방하여 호흡부전 환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켜 주는 분야이다. 만성 기관지염 같은 만성 폐쇄성 질환은 물론, 근육병·루게릭병·척수성 근육위축증 등과 같은 신경근육계 질환, 척추 측만증·척추 후만증 같은 척추 질환 등이 치료 대상이다.

국내 전문가가 부족한 호흡 재활 분야 전파를 위해 그는 2009년부터 지방의료기관을 방문해 교육하고 있으며, 2010년부턴 매년 2명 해외 의료진도 초청해 무료로 호흡 재활 교육을 하고 있다. 현재까지 동남아시아 지역 등 15개국에서 37명을 교육시켰다. 지난 2월엔 올해로 9회째를 맞은 중증 장애 학생들의 대학 입학과 졸업을 축하하는 ‘한국의 호킹들, 축하합니다’ 행사를 병원에서 주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