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후 경북 칠곡군 다부동 전적기념관. 6·25 전쟁 영웅 고(故) 백선엽(1920~2020) 장군의 동상 위에 씌워진 흰색 덮개가 벗겨지자 추모객 2000여명이 모인 객석에서 박수가 터져나왔다. 4.2m 높이의 동상은 백 장군이 1950년 8월 다부동 전투 당시 입었던 군복과 군모를 쓰고 양손을 허리에 짚은 채 북쪽을 바라보는 모습이다.
칠곡 군민들은 “백 장군이 73년 만에 다시 오셨다”면서 제막식이 끝난 뒤 한참동안 동상 옆에서 기념 촬영을 했다. 다부동은 6·25 전쟁 당시 백 장군이 사단장이던 1사단이 북한군 3개 사단을 격파한 곳이다. 1사단이 다부동 전투에서 승리함으로써 국군은 최후 방어선인 낙동강 전선을 지키며 반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백선엽 장군 동상은 백선엽장군동상건립추진위원회(한국자유총연맹 경북지부)가 주도해 국민 성금을 모으고, 국가보훈부와 경북도 등 후원을 받아 5억원을 들여 제작했다. 백 장군이 동서남북 사방으로 나라를 지켰다는 의미를 담아 동상이 360도 회전할 수 있도록 제작됐다. 추진위 관계자는 “국민 성금이 모금 2개월 만에 목표액을 달성할 정도로 동상 제작에 대한 국민 관심이 뜨거웠다”고 했다.
이날 백선엽 장군 3주기 추모식 및 동상 제막식에는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과 백 장군의 장녀 백남희(75) 여사, 이종섭 국방부 장관, 폴 러캐머라 한미연합사령관, 박정환 육군참모총장, 이철우 경북지사, 김재욱 칠곡군수, 주민 등 2000여 명이 참석했다.
박민식 장관은 “우리가 누리는 자유는 영웅들의 피 묻은 군복 위에 서 있다”면서 “호국의 별인 백선엽 장군의 희생과 헌신을 많은 분들이 기릴 수 있을 것이며, 6‧25전쟁 최대 격전지였던 낙동강 방어선을 자유민주주의 수호의 성지로 만들겠다”고 했다.
백 장군의 딸 백남희 여사는 “아버님은 생전 유언으로 전우들과 함께한 다부동에 묻히고 싶다는 말씀을 하셨다”며 “그런 의미에서 아버님의 동상은 생사를 함께했던 전우들의 동상이며, 다부동 전투의 투혼의 상징”이라고 말했다.
이우경 백선엽장군동상건립추진위원회장은 “문재인 정권에선 백선엽의 이름을 지우려했고, 모두가 서슬퍼런 정권의 눈치만 봤다”면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하고 희생하신 영웅들이 다시는 홀대받지 않고, 잊혀지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박정환 육군참모총장은 “창군의 주역이자 조국을 구한 전쟁 영웅인 장군의 뜻을 이어 이제는 저희가 자유 대한민국의 평화를 지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백선엽 장군의 동상 인근에는 전쟁 당시 국군을 도운 민병대 ‘지게부대’를 기리는 추모비도 들어섰다. 지게부대는 계급도, 군번도 없는 민간인들이 전투가 벌어지는 고지에서 탄약과 식량 등 군수 물자를 지게로 져나른 전쟁 영웅이다. 미군은 지게의 모습이 알파벳 A와 비슷하다고 해서 ‘A부대(The A-frame Army)’라고 불렀다. 지게부대는 다부동에서만 2800여 명이 전사한 것으로 추정되나 그동안 제대로 된 보상이나 예우가 이뤄지지 않았다. 지게부대 추모비는 백 장군의 딸 백남희 여사가 사비를 들여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