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내가 멈추면 안 되겠다는 사명감이 들어요. 내 건강이 주어지는 날까지 기부하고 자녀들까지 계속 기부가 이어졌으면 합니다.”
서울 강남구에서 일식집 ‘배정철어도’를 운영하는 배정철(61)씨는 지난 18일 서울대병원을 찾아 어린이와 저소득층 환자를 위한 후원금 1억원을 쾌척했다. 이렇게 배씨가 서울대병원에 기부한 금액은 1999년부터 올해까지 21억1500만원이라고 한다. 배씨가 그동안 기부한 후원금은 어린이·저소득층 환자 640명의 치료비로 사용됐다고 한다.
집안 형편이 어렵던 배씨는 중학교 2학년을 중퇴하고 일식집에서 일했다. 1993년 1월 지금의 가게를 인수한 뒤 그는 ‘다른 사람을 돕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한다. 1999년 김석화 함춘후원회장(당시 서울대병원 교수)과의 인연으로 기부를 시작했다. 배씨는 당시 김 회장으로부터 “안면기형 소아 환자들이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기부를 결심했다고 한다. 그는 “기부를 위해 손님 한 분이 오실 때마다 1000원, 2000원씩 꼬박꼬박 모았다”고 했다. 1999년 그렇게 모은 3000만원으로 첫 기부를 시작했다.
배씨는 이후 서울대병원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도 기부를 해왔다. 배씨는 “순천향의대, 가톨릭의대 등 대학병원은 물론 동서울대학교, 삼육대학교 등 대학교에도 기부를 하고 있다”면서 “영동고, 장성고 등 고등학교 6곳에도 장학금을 위한 기부를 하고 있다”고 했다. 배씨는 지난 2011년 청와대 주최로 열린 ‘나눔과 봉사의 주인공’ 국민포상을 받기도 했다. 배씨는 “수상 당시 행정안전부(당시 행정자치부)에서 기부금 조사를 했을 때 53억원을 기부했다고 나왔다”면서 “그 이후로 매년 5억~6억원씩 기부해 지금은 100억원이 훨씬 넘는다”고 말했다.
1962년 전남 장성군에서 막내로 태어난 배씨는 가난으로 힘든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한다. 배씨는 “어린 시절 어머니가 어려운 살림에도 주변 사람들에게 베풂을 일상처럼 여겼던 것을 기억한다”며 “일하는 동안은 계속 기부하고 싶다”고 했다. 세 자녀도 아버지의 뜻을 따라 기부를 아끼지 않는다고 했다.
배씨는 자신이 도왔던 환자들이 건강을 되찾아 편지를 보내올 때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배씨는 “새 희망을 갖고 세상을 살아갈수록 감사하다는 내용과 함께 ‘저도 나중에 어려운 사람들을 돕겠다’는 편지를 종종 받는다”며 “이런 글을 볼 때마다 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배씨는 “경주 최 부자 같은 사람이 되는 게 꿈”이라며 “사회에 작은 보탬이지만 삶의 보람을 더 느낄 수 있으니 계속해서 기부하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