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사 프란체티 미 해군참모총장 지명자가 지난 21일 미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2024년 미 해군의 예산 요청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미국 해군참모총장에 최초로 여성이 지명됐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21일(현지 시각) 주한 미 해군 사령관을 역임한 리사 프란체티(59) 해군참모차장을 차기 참모총장 후보로 지명했다. 프란체티 지명자가 상원 인준 청문회를 거쳐 참모총장으로 취임하면, 미국 해군 247년 역사의 첫 여성 참모총장이 된다. 아울러 미군의 최고위급 참모회의인 합동참모회의의 첫 여성 상임 멤버가 된다.

원래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새뮤얼 퍼파로 현 태평양함대 사령관을 차기 해군참모총장으로 추천했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프란체티 지명자를 선택했다고 알려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에도 해안경비대 사령관에 역시 첫 여성 사령관인 린다 페이건을 지명했다. 프란체티 지명자가 취임하게 될 경우 미국의 7개 군(육·해·공·우주군, 해병대, 해안경비대, 주방위군) 중 2개 군을 여성 사령관이 이끌게 된다.

1964년 뉴욕 로체스터에서 태어난 프란체티 지명자는 노스웨스턴대에서 저널리즘을 전공하던 중 해군 학군사관후보생(ROTC) 프로그램을 거쳐 1985년 임관했다. 2015년 모교 학보사와 가진 인터뷰에서 그는 “중동을 담당하는 기자가 꿈이었지만, 대학 캠퍼스에서 만난 학군사관후보생들이 ‘학군단에 들어오면 내년에 장학금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해 지원하게 됐고 그것이 내 진로를 바꿨다”고 말했다.

2013년 8월 주한미군 육해공군 사상 첫 여성 사령관으로 한국에 부임한 그는 한국 여대생들과도 만나 자신의 인생 경험을 들려줬다. 부임 석 달 뒤 가진 성신여대 1학년생 대상 강연에서는 “해군이 여군의 전함 승선을 허가하기 전부터 내 목표는 전함 지휘관이었다”며 “목표를 세워놓고 만반의 준비를 하며 기다렸고 결국 문이 열렸다”고 했다. 2014년 숙명여대 학군단 후보생 강연에서는 당시 일곱 살이었던 딸이 태권도 노란띠를 딴 이야기를 들려주며 “이런 멋진 나라에서 사는 건 내 딸의 삶에 커다란 기회”라고 말했다.

그는 이듬해 인터뷰에서 “(한미) 동맹은 오늘밤에라도 싸울 준비가 돼있다. 오늘 무슨 일이 일어날지,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모르지만 한반도가 준비돼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 일”이라고 했다. 서울의 주한미해군사령부에서 천안함 전몰 장병을 위한 추모식도 열었다.

프란체티 지명자는 38년의 군 생활에서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강습 지원군을 겸하는 미 6함대 사령관과 합동참모본부 전략기획정책본부장 등의 요직을 두루 거쳤다. 피닉스대에서 조직관리 석사 학위를 받은 그는 지난해 9월 해군참모차장에 취임하며 여성으로서는 두 번째로 미 해군의 4성 제독이 됐다. 제9항모전단과 제15항모전단 사령관도 역임한 프란체티 지명자를 백악관은 “작전과 정책 경험이 풍부한 해상 전투 지휘관”이라고 평가했다.

미 해군은 독립전쟁 때 영국 해군의 군수품 보급 등에 대응하기 위해 선원 약 80명 규모인 배 두 척을 지정한 1775년 10월 13일을 공식 창설일로 기린다. 올해 10월이면 ‘248살’이 되는 미 해군의 역사는 1776년 독립한 미국 자체의 역사보다 긴 셈이다. (간호병이 아닌) 여성 일반병의 해군 입대는 1917년, 전함 승선은 1994년에야 허락됐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인도·태평양 사령관 후보자에 퍼파로 사령관을 지명했다. 하와이에 본부를 둔 인도·태평양사령부는 주한 미군과 주일 미군을 포함한 인도·태평양 지역을 모두 관할한다.

리사 프란체티(앞줄 오른쪽) 미 해군참모총장 지명자가 주한 미해군 사령관이었던 지난 2015년 3월 24일 서울의 주한미해군 사령부에서 열린 천안함 전몰 장병 추모식에서 헌향하고 있다. /주한미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