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금고 선수들이 지난달 25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4강전에서 경기상고를 13대5로 꺾고 결승에 진출하자 환호하고 있다. 약체로 꼽혔던 물금고는 이번 대회에서 연달아 강호를 꺾고 기적 같은 준우승을 차지했다. /정재근 스포츠조선 기자

“이게 정말 가능한 일인가 아직도 얼떨떨하고 믿기지 않아서 야구부 선수들이나 학부모들에게 아직 제대로 얘기도 못 했습니다.”(이종인 물금고 교장)

부영그룹이 지난달 열린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준우승을 차지한 경남 양산 물금고에 기숙사를 지어주기로 했다. 2015년 창단한 물금고는 부산·경남 지역 야구 명문고에 진학하지 못한 학생들이 모인 팀이라 약체로 꼽혔지만, 이번 청룡기 대회에서 끈끈한 조직력을 자랑하며 야구 명문고들을 연달아 꺾고 결승까지 올랐다. 특히 마산고와 맞붙은 16강전에선 1-11, 10점 차로 뒤지는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따라붙어 기적 같은 14대12 역전승을 연출했다. 그동안 전국 대회 16강이 최고 성적이었던 물금고의 반란에 청룡기 대회 분위기는 후끈 달아올랐다.

대회 기간 중 “열악한 환경 속에서 선전을 다하는 모습이 감동적”이라며 물금고에 1000만원을 후원한 천신일 세중그룹 회장은 추가 지원을 위해 물금고 측과 대화하던 중 기숙사가 필요하다는 말을 듣고 이중근 부영그룹 창업주에게 기숙사 지원을 제안했다. 울산·포항·합천 등 타 지역 출신이 대부분인 물금고 야구부는 기숙사가 따로 없어 학교 근처 아파트 세 채에 학년별로 나눠 한 집에 7~8명씩 합숙 생활을 해왔다.

이중근 부영그룹 창업주, 천신일 세중그룹 회장, 나동연 양산시장.

이에 기숙사 지원을 약속한 이중근 창업주는 “이번 청룡기에서 보여준 물금고 학생들의 빛나는 눈동자에 큰 감동을 받았다. 학생들의 저런 의지와 투지라면 우리나라의 미래는 밝을 것”이라며 “야구부뿐 아니라 지역사회와 국가를 이끌어나갈 동량(棟梁)들이 희망을 갖고 꿈꿀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부영그룹은 1991년부터 사회 공헌 활동 일환으로 전국 초·중·고에 기숙사와 도서관, 체육관 등 교육·문화 시설 130여 곳을 신축 기증해왔다. 이 중 기숙사는 이중근 창업주의 호 ‘우정(宇庭)’을 따 ‘우정학사’라 부른다.

기숙사 부지는 양산시에서 마련한다. 나동연 양산시장은 2011년 양산 원동중과 2015년 물금고 야구부 창단을 지원했던 인연이 있다. 또한 부산대 양산 캠퍼스에 야구 연습장을 지어 물금고가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나 시장은 “물금읍에 기숙사를 지을 수 있는 부지를 알아보고 있는 중”이라며 “적합한 땅을 시가 매입하거나 시유지를 내놓으면 부영그룹이 건물을 짓는 것으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기숙사의 구체적인 규모와 착공 일자 등은 협의를 통해 추후 결정할 예정이다. 기숙사 내부나 주변에 물금고 선수들이 날씨와 상관없이 운동할 수 있는 실내 훈련 시설도 갖출 계획이다.

신축 기숙사에선 야구부 선수들뿐만 아니라 일반 학생들도 함께 생활할 예정이다. 물금고는 학생들을 위해 기숙사에서 특강 등을 진행할 구상도 하고 있다. 이종인 교장은 “물금고에는 매일 부산 시내로 학원을 다니는 학생들도 있는데, 이런 아이들이 더 편하게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다”며 “야구부 활약이 다른 학생들에게도 큰 도움을 준 셈이다. 평소 교류가 적은 야구부와 일반 학생들 간 친목을 다질 수 있는 기회도 될 수 있다”고 했다. 이 교장은 “이런 기회를 주신 이중근 창업주와 천신일 회장, 나동연 시장을 비롯한 모든 분들께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강승영 물금고 야구부 감독은 “이렇게 큰 관심과 도움을 주신 만큼 선수들을 더 잘 지도해야겠다는 책임감을 느낀다”며 “선수들도 감사함을 알고 더 좋은 활약으로 보답하겠다는 마음을 가지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