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잠비아는 경제 발전과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등교육 기관 발전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한국처럼 교육 수준이 높은 나라와 교류가 절실합니다.”
11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신학관. ‘연세&아프리칸 유니버시티 이니셔티브’ 콘퍼런스에 참가한 아니 시퀴벨레 잠비아대 부총장이 이같이 말했다. 이날 행사는 최근 ‘아프리카 연구원’ 설립에 박차를 가하는 연세대가 자원 강국인 잠비아를 비롯해 케냐, 남아프리카공화국, 에티오피아, 말라위 등 아프리카 7국, 11개 대학의 총장·부총장 및 고위 관계자 20여 명을 초청해 학문적·인적 교류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다.
이날 아프리카 각국 대학 관계자들은 “인재를 기른 한국 고등교육 시스템의 비결이 궁금하다”고 입을 모았다. 아프리카 대부분 국가처럼 식민 지배를 겪은 한국이 빠르게 경제 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배경에 교육이 있다고 본 것이다.
타쏘 월데한나 카세이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대 총장은 “개발도상국에선 대학이 정책 입안과 사회 변화를 이끌어가는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며 “공동 박사과정, 학생 교류 등을 통해 한국 대학의 시스템을 배우고 싶다”고 했다. 유니스 시코에 남아프리카대 교수는 “남아공은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극단적 인종차별주의 정책) 폐지 이후에도 교육 격차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남아 있다”며 “우리의 숙제는 모든 국민이 충분한 교육을 받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특히 한국의 첨단 산업과 의료 인프라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10일에는 인천 송도의 바이오 제약 기업과 연세대 송도 캠퍼스의 ‘퀀텀 컴퓨팅 센터’를 둘러봤다. 코로나 팬데믹 당시 백신 수급에 극심한 어려움을 겪었던 만큼, 백신 제조 공정을 견학한 뒤 “연수생을 보낼 수 있겠느냐”는 문의가 연세대 측에 쏟아졌다고 한다. 기프트 카이라 말라위대 교수는 “한국은 대학의 이론 교육과 산업 현장이 잘 조화를 이룬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날 행사에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온 유학생 10여 명도 참석했다.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연수 중인 나이지리아 출신 펠릭스(45)씨는 “가장 교류가 많은 아시아 국가는 중국이지만, 중국은 우리를 단순한 ‘비즈니스 상대’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며 “교육 프로그램과 생활 환경이 좋아 한국을 선택했는데, 앞으로는 다른 아프리카 대학과 인적 교류가 많아지길 바란다”고 했다.
연세대는 이달 중 서승환 총장 직속으로 ‘아프리카 연구원’을 출범할 계획이다. 학술 연구뿐 아니라 교육·빈곤·환경 등 아프리카의 사회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도록 생명과학과 도시계획 전문가도 초빙한다. 준비위원장을 맡고 있는 방연상 교수는 “아프리카 대학들과 협력을 넓혀 대학의 사회적 책임을 다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연세대는 내년부터 라틴아메리카 국가들로 교류의 폭을 확대하기로 했다. 백신 불평등과 같은 글로벌 이슈에 공동 대응하려면 제3세계 국가들과의 광폭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지난 2월에는 남아공 케이프타운을 찾아 학문·인적 교류에 동참할 현지 대학 네트워크의 기반을 다졌고, 지난달에는 아프리카 국가 출신 유학생으로 이뤄진 ‘아프리카 학생회’를 결성했다. 주남아공 대사를 지낸 박종대 연세대 초빙교수는 “지금까지 우리는 서구 사회의 지식에 기반해 아프리카를 이해해 왔다”며 “앞으로 아프리카와 직접 교류를 늘려 다양한 파트너십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