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서울 YWCA에서 열린 고당 조만식 선생 순국 73주기 추모식에서 참석자들이 조만식 선생에 대해 묵념하고 있다. /고운호 기자

“고당 선생이 사랑했던 북한 동포들이 지금도 고통의 삶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볼 때 자유 평화 통일은 꼭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올바른 통일이 바로 고당 선생의 순국 정신을 계승하는 일이 될 것입니다.”

17일 오후 서울 YWCA 대강당에서 열린 고당 조만식 선생 순국 73주기 추모식 개회사에서 이우열 고당조만식선생기념사업회 이사장이 말했다. 이 이사장은 “고당 선생은 일본에 유학하실 때부터 ‘고향을 묻지 말고 우리 일을 해나가자’며 민족의 화합을 주도하셨다”면서 “우리 동포를 모두 끌어안으려고 노력하셨던 우리 민족의 간디 같은 분”이라고 말했다.

독립운동가이자 정치가, 언론인, 교육자였던 고당 조만식(1883~1950) 선생의 추모식이 이날 선생이 별세한 10월 18일을 하루 앞두고 열렸다. 나치만 서울지방보훈청장, 송삼용 하늘양식교회 목사, 조만식 선생의 아들인 조연흥 전 방일영문화재단 이사장 등이 참석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화환을 보냈다.

정용석 단국대 명예교수는 추모 강연 ‘고당의 신념과 오늘의 한국’에서 고당의 신념을 다섯 가지로 요약하며 ‘자유 민주주의’를 첫째로 꼽았다. 정 교수는 “선생이 주장한 민주주의는 공산당이 말하는 무산계급의 독재 민주주의가 아니라 자유 민주주의였다”면서 “언론, 출판, 결사의 자유를 아우르는 사상을 1920년대에 실천하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민족주의 신념, 통합의 정신, 공산당에 대한 불신, 자본주의 경제의 사상적 토대를 이루는 청교도 정신을 핵심으로 소개했다.

평남 강서에서 태어난 조만식 선생은 오산학교 교장을 지내며 인재를 양성하고 민족혼을 일깨웠다. 물산장려운동과 신간회 운동을 이끌었고, 조선일보 사장을 지내며 민족 언론 창달에 기여했다. 광복 후에는 북한에 진주한 소련의 회유를 거부하고 신탁통치에 반대하다가 공산 정권에 의해 연금됐다.

나치만 서울지방보훈청장은 추모사에서 “조만식 선생님은 식민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스스로 강해져야 한다는 신념하에 교육, 언론, 산업 등 다방면에서 헌신적 노력을 기울이셨다”면서 “공산주의가 득세한 평양에서도 갖은 회유를 뿌리친 채 반공의 길을 택하셨고, 북한 동포를 공산 치하에서 구하고자 했던 민족애와 자유·민주에 대한 신념은 오늘날까지 전해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