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마지막 가을을 보내는 3살 자이언트판다 푸바오가 책을 낸다면 어떤 이야기를 담고 싶어 할까. 푸바오의 삶을 담은 책 ‘전지적 푸바오 시점’은 사육사 송영관(44)씨의 이런 궁금증에서 시작됐다. 송씨는 ‘작은할아버지’ ‘송바오’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푸바오의 ‘큰할아버지’로 불리는 강철원(54)씨와 함께 푸바오를 기르고 있다.

지난 6일 경기 용인 에버랜드에서 만난 송영관 사육사가 세 살 자이언트판다 푸바오 앞에서 웃고 있다. 송 사육사는 "푸바오는 아주 높은 자존감과 엄마와 아빠에게 물려받은 탁월한 유전적 능력을 가지고 있으니 중국에 가서도 잘 지낼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 /이태경 기자

지난 6일 경기 용인 에버랜드에서 만난 송씨는 “푸바오가 책을 보면 ‘할아버지, 왜 나한테 얘기도 안 하고 책을 낸 거예요?’라고 물을 것 같다”고 했다. 그는 “그래도 책 내용을 죽 읽어주면, 자기의 성장 과정을 앨범처럼 만들어줘서 좋아할 것 같다”며 “푸바오의 마음도 책에 들어가 있어서 투덜대다가 곧 기뻐해 줄 것”이라고 했다.

‘전지적 푸바오 시점’은 지난 2020년 푸바오가 태어난 뒤 송씨가 소셜미디어와 온라인 카페 등에 올린 글을 바탕으로 쓰였다. 송씨는 “책을 보게 될 푸바오의 여러 팬분에게 친근감 있게 다가가려고 푸바오로 ‘빙의’해 글을 썼다”고 했다. 책은 푸바오의 자기소개로 시작한다. 푸바오는 자신을 “행복을 주는 보물”이라며 “지금보다 더 계속 예뻐질 것”이라고 했다. 푸바오가 태어나 자라기까지의 모습이 사진과 글로 담겼다. 송 사육사와 교감하는 모습도 푸바오의 시점으로 표현됐다. “어느 날 송바오가 내게 ‘너는 커서 뭐가 되고 싶으냐’ 물었어요. 자신 있게 대답했죠. 세상에서 제일 예쁘고 사랑스러운 보물이 될 거라고.”

20년 차 사육사인 송씨가 판다에게 끌린 건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같은 매력 때문”이라고 한다. 송씨는 “판다는 맹수의 신체 구조와 장기를 가지고 있는데, 대나무를 먹는 초식동물”이라며 “야생동물이니 분명히 공격적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유순해서 사람에게 곁을 내주는 순간도 있다”고 했다. 그는 “옆에서 판다의 체취를 맡으며 모습을 꾸준히 관찰했고, 그 경험이 쌓인 결과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판다들의 속마음을 조금 더 읽게 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송씨는 “초년기 사육사 때는 유인원을 주로 담당했는데, 갓 출생한 동물이 폐사하는 일이 있었다”며 “당시 ‘내가 더 최선을 다했다면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부채감에 시달리곤 했는데, 판다 가족을 돌보며 그런 아픔을 치유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푸바오의 어미인 아이바오가 푸바오와 루이바오·후이바오 자매를 보는 눈동자에서 기억과 시공간을 초월하는 모정이 느껴진다”고 했다.

푸바오는 내년이면 중국으로 간다. 송씨는 “하루하루 몸보다 마음이 바쁜 나날”이라며 “푸바오에게 좋은 추억들을 최대한 만들어 주려고 하는데, 최선을 다하지 못할까 봐 시간을 붙잡고 싶은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는 “솔직히 말하자면 아까도 살짝 골방에서 울었다”며 웃었다. ‘전지적 푸바오 시점’ 마지막 부분엔 푸바오를 향한 송씨의 이런 마음이 담긴 미공개 편지가 담겼다. 송씨는 편지에서 “너는 나에게 참 특별한 존재”라며 “이별이 예정된 관계이지만, ‘행복을 주는 보물’이라는 이름 뜻처럼, 떠나고 나서도 기억할 행복한 이야기들을 (책에) 많이 실으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송씨는 “푸바오에게 ‘당신은 나의 영원한 송바오예요’라는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고 했다. 그는 “주변에서 백 번 천 번 이야기해 주는 것보다, 푸바오의 말로 이 이야기를 들으면 아쉬운 마음이 줄어들 것 같다”고 했다. ‘전지적 푸바오 시점’은 오는 15일 출간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