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규빈 회장·황젬마씨 부부. /숙명여대

컴퓨터 네트워크 벤처기업 ‘텔레비디오’의 창업자인 황규빈(87) 회장과 황젬마(87)씨 부부가 숙명여대에 600만 달러(약 80억원)를 기부하기로 했다. 숙명여대 역사상 개인 약정액으로는 가장 큰 규모다. 황 회장 부부는 지난 2월에도 숙명여대에 200만 달러를 기부했다. 올해만 800만 달러(약 110억원)를 기부한 것이다.

숙명여대는 대형 강의실과 기숙사 등을 갖춘 ‘멀티플렉스관’을 만들 예정인데, 이 건물 설립 필요성에 공감한 황 회장 부부가 기부를 결심했다고 한다. 부부는 “이번 지원 기금이 초석이 되어 117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민족여성사학 숙명여대가 세계 최고의 글로벌 여성 인재를 양성하는 대학으로 성장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숙명여대와 이들 부부의 기부 인연은 부인 황씨로부터 시작됐다. 이 대학 가정학과 59학번인 황씨는 1984년부터 숙명여대 미국 북가주지회 동문들과 함께 “후배를 위해 써달라”며 장학금을 모아 전달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1996년에는 백주년기념사업비로 수억원을 기부했고, 학교 측은 당시 새로 지은 약학대학 건물에 황씨의 이름을 딴 ‘젬마홀’을 조성했다.

2015년에는 황씨가 “힘들었던 유학 시절을 떠올리면 우리 학교에서 공부하는 제3세계 출신 유학생들의 생활을 돕고 싶다”며 자신의 결혼 전 본명을 딴 ‘양춘열 글로벌 기금’을 조성하기도 했다. 이 기금으로 지난 6년간 109명의 유학생이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남편 황 회장은 재미(在美) 한인으로는 처음으로 미국 나스닥에 기업을 상장한 기업가로, 1975년 세계 최초로 PC(개인용 컴퓨터) 네트워크 시스템을 개발했다. 그 공로로 대통령산업훈장 등을 받았다. 황 회장은 지난 2019년 12월에도 모교인 한양대에 200만 달러(당시 약 23억3500만원)를 기부하기도 했다.

황 회장 부부는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해야 할 일을 했다”며 기부금 수여식과 감사패 전달을 모두 사양했다고 한다. 장윤금 숙명여대 총장은 “사회 공헌과 인재 육성에 큰 뜻을 가지신 두 분의 소중한 지원에 감사드린다”며 “‘여성의 지혜로 세상을 바꾸자’는 숙명 정신을 이어가고 숙명여대를 세계 최상의 디지털 휴머니티 대학으로 성장시키기 위한 발전기금으로 소중히 사용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