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하늘에도 슬픔이’ 등을 연출하며 1960년대 한국 영화를 이끈 김수용(94) 감독이 3일 별세했다.
한국전쟁 당시 통역장교로 근무하고, 휴전 이후 국방부 정훈국 영화과에서 군 홍보, 교육 영화를 찍다 1958년 ‘공처가’로 데뷔했다. 1960년대 한국 영화의 황금기를 이끈 주역 중 하나로 ‘혈맥’(1963), ’갯마을’(1965), ’만선’(1967) 같은 사실주의 영화부터 ‘안개’(1967), ’야행’(1977) 등 모더니즘 영화까지 다채로운 작품을 남겼다. 1999년 ‘침향’에 이르기까지 40년 동안 109편의 영화를 연출한 다작 감독으로 고영남 감독(111편)과 함께 한국 영화사에서 가장 많은 작품을 남긴 감독 중 하나다.
1965년 최고 흥행작이었던 ‘저 하늘에도 슬픔이’는 서울 인구가 300만이 안 되던 시절, 28만5000명을 동원하고 대만까지 수출되며 인기를 끌었다. 구두닦이를 하며 동생들을 돌보는 소년 가장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신영균·조미령·황정순 등 당대 스타들이 총출동했다.
1980년대부터 대학에서 영화학을 가르치며 영상물등급위원회 위원장, 대한민국 예술원 회장 등을 지냈다. 청룡영화상(1965), 부일영화상(1966), 백상예술대상(1966·1979), 아시아태평양영화제(1967) 등에서 감독상을,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특별 공로상(2009) 등을 받았다.
장례는 영화인장으로 치러진다. 정지영·이장호 감독과 배우 안성기·장미희 등이 공동 장례위원장을 맡았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발인은 5일 오후 1시. (02)2072-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