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에서 생일을 보내려고 했는데 홍보대사 제의를 받자마자 한국으로 달려왔어요.”
필리핀 배우 크리스텔 풀가(29)씨가 ‘2023 서울콘’에 홍보대사로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배우뿐 아니라 가수로도 활동 중인 풀가씨는 필리핀에서 ‘국민 여동생’ ‘필리핀 아이유’로 불린다. 그가 운용하는 소셜미디어 팔로어 수만 1890만명이다.
28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의 한 호텔에서 만난 풀가씨는 “12월 29일이 생일인데, 한국에 오게 된 게 마치 생일 선물을 받은 것 같다”며 “최근에는 한국에서 저를 알아봐 주시는 분들도 생겨서 너무 신기하다”고 했다. 풀가씨는 30일 열리는 세계 최초 인플루언서 박람회 ‘서울콘’ 홍보대사다. 서울콘에 참여하는 세계 50국 인플루언서 3000여 팀은 30억명의 팔로어들에게 서울 시내를 소개할 예정이다. 풀가씨는 31일 밤 제야의 종 타종 행사에도 참여한다.
그는 ‘응답하라 1997′을 계기로 한국에 푹 빠졌다고 했다. 풀가씨는 “’응칠’을 보면서 서인국 배우를 알게 됐고, 이후 한국 음식·드라마에 푹 빠졌다”며 “매년 한국을 찾고, 한 번 올 때마다 수개월씩 머무는 지경이 됐다”고 했다. 그는 “서인국 이외에도 아이유·태연 같은 솔로 아티스트를 좋아하는 편이다”며 “특히 한국 노래 중에서는 아이유의 ‘밤편지’ ‘마음을 드려요’를 가장 좋아한다”고 했다.
그는 평소 한국을 찾으면 서울뿐 아니라 지방 곳곳을 다녔다. 풀가씨는 “전남 신안의 ‘퍼플 섬’을 다녀온 적이 있었는데, BTS의 상징색인 보라색으로 관광지가 꾸며져 있어 이를 촬영한 브이로그가 팬들에게 굉장히 반응이 좋았다”며 “전주나 파주처럼 외국인들에게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곳도 다니면서 한국의 아름다움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풀가씨가 가장 좋아하는 한국 음식은 국물 음식이라고 한다. 이날 점심에도 갈비탕을 먹었다는 풀가씨는 “한국 음식 중 갈비탕과 돼지국밥, 설렁탕을 가장 좋아한다”며 “특히 요즘처럼 추운 겨울에 따뜻한 국물 한 스푼을 먹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했다.
K팝·K드라마 이외에도 풀가씨는 한국의 ‘BMW’에 푹 빠져 있다고 한다. BMW는 BUS(버스)·METRO(지하철)·WALK(도보)의 줄인 말이다. 풀가씨는 “많은 나라를 여행했지만 한국보다 대중교통이 잘 발달돼 있는 나라는 없다”며 “필리핀에서는 외출 시 알아보는 팬분들이 많아 ‘집순이’로 살아야 했는데, 한국에서는 버스를 타고 카페나 여러 장소를 다니며 시간을 보낸다”고 했다. 그는 “필리핀에서는 I(내향형)였는데, 한국에서 외향적인 사람을 만나며 E(외향형)로 바뀌었다”고 했다.
최근에는 한국에서의 가수 활동도 준비 중이다. 이를 위해 한국어 강의도 들었다. 풀가씨는 “서강대 어학원에서 단기 코스로 한국어를 배웠는데, 자연스러운 한국어를 배우는 것이 더 좋아서 한국 친구들을 자주 만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친구들로부터 ‘아재개그’나 ‘수능금지곡’처럼 재밌는 말도 배울 수 있었다”며 “언젠가는 저만의 ‘수능금지곡’을 발매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풀가씨는 “서울콘 홍보대사 제안을 받은 뒤 한국을 사랑하는 제 진심이 전달된 것 같아 영광이었다”라며 “제가 한국을 사랑하는 것처럼 더 많은 사람들이 한국의 매력을 알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2002년 8살의 나이에 데뷔한 풀가씨는 유튜브·페이스북·인스타그램·틱톡을 합해 총 1890만명의 팔로어를 보유하고 있다. 14년간 방영된 필리핀 국민 시트콤 ‘고잉 불리릿(goin’ bulilit)’과 시청률 40%대의 드라마에도 출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