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오후 3시 서울 관악구 서울대 종합체육관. 흑색과 백색 도복을 입고 죽도를 손에 쥔 서울대·도쿄대 학생 56명이 서로를 마주한 채 도열해 있었다. 경기가 시작되자 각 팀에서 1명씩 대련을 위해 앞에 나왔다. 서로의 머리를 겨누고 죽도를 위아래로 흔들며 28차례 경기가 펼쳐졌다. 주심 입에서 “한판!”이라는 말이 나오자 양측에서 환호와 탄식이 동시에 나왔다. 서울대는 이날 6승 8무 14패로 역대 최고 성적을 거뒀다.
이날 서울대에서는 서울대·도쿄대 검도부 20주년 친선 교류전이 열렸다. 서울대 검도부는 2003년부터 일본 도쿄대 검도부와 매년 교류전을 했다. 일본과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서로 문화를 교류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코로나로 2년간 행사가 중단됐지만, 작년 도쿄대 주최를 시작으로 재개됐다.
도쿄대 학생들은 시합에 앞서 3박 4일간 서울대 호암교수회관 숙소에 머물며 서울대와 연습 경기도 했다. 도쿄대 검도부장 아키노부 세키(25)씨는 “단순히 한 경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며칠간 함께 땀을 흘리며 연습하면서 더욱 가까워지고 서로에게 좋은 자극이 되는 것 같다”고 했다. 서울대 검도부장 황동수(25)씨는 “검도 종주국인 도쿄대를 상대로 승리하기가 쉽지는 않지만, 올해는 대적할 만한 성적을 내기 위해 국내 대학전과 전국 대회에 평소보다 두 배로 참가했다”고 했다.
이들은 광장시장·경복궁·대학로 등 서울 시내를 관광하기도 했다. 도쿄대 검도부원 사토 하루카(23)씨는 “광장시장에 들러 깻잎전과 동태전에 생막걸리를 마셨는데 한식에 푹 빠졌다”고 했다. 이토 게이(25)씨는 “2019년과 2022년에 이어 올해 세 번째로 대회에 참가했다”며 “2019년 교류전 당시에 한국 찜질방의 매력에 푹 빠졌다. 올해도 경기 후에 다 함께 사우나에 다녀왔다”고 했다. 이들은 서울대 인근 식당에서 소주 한잔에 갈비를 구워 먹고, 간장게장·떡갈비 등도 먹었다고 한다.
학생들은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서 교류를 지속적으로 이어간다고 한다. 2022년 도쿄를 방문했다는 이소정(21)씨는 “서로 인스타그램 계정을 팔로 하고 각자 나라로 돌아간 이후에도 일상이나 취업 소식 등을 공유한다”며 “지난해 도쿄에서 야키니쿠 식당에 함께 갔던 친구가 한국 된장찌개 사진을 보내며 같이 가자고 제안하기도 했다”고 했다. 도쿄대 졸업생 히와타리 기미요시(34)씨는 “2016년에 결혼식을 올렸는데, 인연을 이어온 서울대 친구 두 명이 찾아주었다. 피로연에서는 이들이 가져온 인삼 소주를 마시기도 했다”며 “올해도 졸업생 12명이 다시 서울대를 찾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