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해군 최초로 여군 잠수함 승조원이 탄생했다. 여군의 잠수함 승조는 1985년 노르웨이를 시작으로, 미국·일본·영국·프랑스·독일 등이 뒤를 이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14번째로 잠수함에 여군이 탑승하는 국가가 됐다.

해군은 5일 진해 해군기지에서 열린 잠수함 기본과정 38기 수료식에서 9명(장교 2명, 부사관 7명)의 여군 승조원들이 배출됐다고 밝혔다. 5명은 도산안창호함에, 4명은 안무함에 배치된다.

해군의 성주빈(왼쪽) 대위와 유효진 대위가 지난달 22일 해군 잠수함사령부 잠수함 조종 훈련장에서 훈련하고 있다. 5일 성 대위는 안무함에, 유 대위는 도산안창호함에 배치됐다. /해군

여군 장교들은 전투정보관 직책을 받아 잠수함 항해 및 작전 운용에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여군 부사관들은 수중음파탐지체계인 ‘소나(Sonar)’를 운영하는 음탐 부사관을 비롯해 잠수함의 항해 경로와 기동을 권고하는 조타 부사관, 잠수함 레이더와 전투체계장비를 운용하는 전탐 부사관, 잠수함 전자 장비를 운용 및 관리하는 전자 부사관, 잠수함 추진기관을 운용․정비하는 추진기관 부사관의 임무를 수행한다.

도산안창호함에 배치된 유효진(28) 대위는 2015년 해사 생도로 입교한 후 미국 해사 위탁교육생으로 선발돼 2016년부터 2020년까지 미국 해군사관학교 교육과정을 수료했다. 유 대위는 “잠수함 전우들과 함께 막중한 사명감을 가지고 수중에서 대한민국의 바다를 사수할 것”이라고 했다.

안무함에 부임하는 추진기관 부사관 김다희(26) 하사는 두 언니와 남동생까지 4남매가 모두 해군 부사관이다. 형제들의 열렬한 응원과 조언을 받으며 잠수함 승조원에 도전했다고 한다. 김 하사는 “‘여군’ 승조원이 아닌 ‘한 명’의 승조원으로서 주어진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기 위해 기본과정 중 잠수함 관련 지식과 기술 습득에 철저히 매진했다”고 했다.

안무함 전투정보관으로 부임하는 성주빈(28) 대위는 “국가전략자산인 잠수함 부대의 일원이 된 것에 대해 자부심을 느낀다”며 “적이 도발하면 수중에서 은밀하게 적의 심장부를 타격하고 즉각적으로 강력히 끝까지 응징하겠다”고 했다.

좁은 공간에서 수십 명이 함께 생활해야 하는 임무 특성상 잠수함은 오랜 기간 ‘금녀(禁女)’의 영역이었다. 그러다 기존 잠수함보다 2~3배가량 큰 3000t급 잠수함이 도입되면서 여군에게도 문이 열린 것이다. 해군은 2022년 7월 여군 잠수함 승조를 의결했고, 지난해 5~6월 여군 9명을 선발했다. 이들은 장교 29주, 부사관은 특기에 따라 11주~24주에 걸쳐 강도 높은 훈련을 받은 끝에 최초의 여군 잠수함 승조원이 됐다.

강정호 해군잠수함사령관은 이날 “이제 ‘잠수함’은 여러분의 또 다른 이름이 된 만큼 교육 중에 배운 지식과 경험을 완벽히 갈무리해 완벽한 전투준비태세를 갖춘 승조원으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