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우정원 드림투게더마스터 사무실에서 다울리나 오스마니 코소보 문화유소년체육부 차관이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세계적 수준에서 스포츠 정책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국제 스포츠 대회를 많이 개최한 한국에서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장련성 기자

다울리나 오스마니(31) 코소보 문화유소년체육부 차관은 수영 선수였다. 하지만 고국의 정치적 분쟁 때문에 선수 생활을 접어야 했다. 그랬던 그는 한국에서 스포츠 행정가 교육을 받고 제2의 인생을 살게 됐다. 차관이 된 그는 코소보 최초로 국제 스포츠 대회를 유치했다.

22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드림 투게더 마스터’ 사무실에서 만난 오스마니 차관은 “20대에 여성 차관이 돼 국민에게 우려 섞인 시선을 받았었다”며 “차관직을 수행한 지난 3년이 30년처럼 느껴지지만, 사람들이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말해줄 때면 정말 뿌듯하다”고 했다.

오스마니 차관은 9세 때부터 수영 선수로 활동했다. 하지만 코소보가 2008년 독립한 신생국인 탓에 그의 수영 선수 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선수용 수영장이 없어서 스파에서 연습을 했고, 이웃 국가인 크로아티아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그마저도 신생국인 코소보와 이웃 국가의 분쟁이 계속되자, 비자 발급이 막혀 선수 생활을 지속하지 못했다고 한다.

19세에 수영 선수의 꿈을 접은 오스마니 차관은 대학에 진학해 경제학을 공부했다. 하지만 그는 다시 스포츠 관련 일을 하기로 결심했다. 오스마니 차관은 “스포츠도, 수영도 너무 싫었지만 후배들에게까지 이런 열악한 환경을 물려주고 싶지 않아 스포츠 행정가의 꿈을 꾸게 됐다”고 했다.

오스마니 차관이 스포츠 행정가의 꿈을 실현할 수 있게 된 건 서울대에서의 석사 경험 때문이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민체육진흥공단의 재정 지원을 받아 서울대가 운영하는 국제 스포츠 리더 양성 프로그램 ‘드림 투게더 마스터’에 참여하게 됐다. 오스마니 차관은 “다양한 국적과 배경을 가진 스포츠 행정가 꿈나무가 한데 모인 게 매력적이었다”고 했다.

오스마니 차관은 서울대에서 2018년부터 공부했다. 그는 “세계적 수준에서 스포츠 정책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국제 스포츠 대회를 많이 개최한 한국에서 배울 수 있었다”며 “단순히 지식만 배운 게 아니라 여러 국적의 동기, 교수와 네트워크도 생겼다”고 했다. 드림 투게더 마스터 사업단장을 맡고 있는 서울대 사범대 강준호 학장은 “오스마니 차관은 지난 10년간 키워온 드림 투게더 마스터라는 나무에 맺힌 대표적인 열매”라며 “오스마니 차관과 같이 역량, 열정, 비전을 갖춘 차세대 리더 양성 글로벌 교육 플랫폼으로서 역할을 더욱 확대하고 있다”고 했다.

22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우정원에서 다울리나 오스마니 코소보 차관이 본지와의 인터뷰를 갖고 있다./장련성 기자

2020년 고국에 돌아간 그는 2021년 4월 코소보 문화유소년체육부 차관에 임명됐다. 새로 출범한 정부의 총리가 서울대에서 스포츠매니지먼트 석사 과정까지 수료한 그를 눈여겨보고 직접 차관직을 제안했다고 한다. 코소보 문화유소년체육부에는 체육 담당 차관이 따로 없었는데 스포츠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커지면서 신설됐다. 오스마니 차관은 “박사 과정을 준비 중이었을 때 갑작스레 정부에서 연락을 받았다”며 “지금이 아니면 개혁의 기회가 없을 것 같아 수락하게 됐다”고 했다. 그의 나이 28세 때 일이다.

오스마니 차관은 공직에 임명된 뒤 코소보의 각종 스포츠법 개정에 나섰다. 기존 스포츠법에는 엘리트·아마추어 스포츠의 구분이 없었고, 선수 계약이나 스포츠 행정 등에 관한 법도 세세하게 나뉘어 있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말이 개정이지 완전히 새로운 법을 만드는 것과 같았다”며 “큰 개혁을 하는 데 변화를 싫어하는 사람이 많았고 이들을 설득하는 과정이 어려웠다”고 했다. 오스마니 차관이 주도한 법은 작년 12월 정부에서 승인됐고, 현재 국회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오스마니 차관은 코소보의 첫 국제 스포츠 대회 개최도 이뤄냈다.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등 지중해 연안 국가들이 참가하는 ‘2030 지중해 게임(Mediterranean Games)’이 코소보에서 열릴 예정이다. 오스마니 차관은 “서울대에서 공부하던 2019년 광주 세계수영선수권 대회에 수행 요원으로 참여하는 등 한국의 스포츠 이벤트 개최와 진행 과정을 실제로 경험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며 “그 경험으로 국제 스포츠 대회도 유치하게 돼 코소보의 국격이 올라가게 됐다”고 했다.

오스마니 차관은 스포츠 행정가가 되려고 노력하는 개발도상국 후배들에게 이렇게 조언했다. “개도국엔 많은 도전점과 문제점이 있어요. 그러나 문제점이 없으면 해결할 것도 없습니다. 우리가 꿈을 크게 꾸도록 만들어주는 도전과 문제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여러분도 당당히 나아갔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