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와의 8강전에서 승리한 후 인터뷰하는 조현우. 목과 얼굴에 붉은색 두드러기가 올라온 모습이다. /스포타임 유튜브 영상

축구 국가대표팀 수문장 조현우(32·울산)가 또 한 번 빛났다. 호주에게 전반 선제골을 내줬지만 이후 수차례 온몸을 던진 선방으로 추가 실점을 막았다. 그리고 결국 웃었다. 사실 이번 활약은 허벅지 통증을 참으며 만들어낸 부상 투혼이었다. 하지만 아픔도 다 잊은 듯 그는 “또 승부차기에 가더라도 무조건 막을 자신이 있었다”며 웃었다.

대표팀은 3일 호주와 맞붙은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전에서 연장 결투 끝에 2대 1로 승리했다. 후반 51분 황희찬의 페널티킥 동점골과 연장 전반 14분 손흥민의 프리킥 역전골이 뒤집은 승부였다. 이날 그림 같은 골들이 승리를 이끌었지만, 그 뒤에는 조현우의 슈퍼 세이브가 있었다.

조현우는 고비 때마다 팀을 구했다. 후반 8분에는 실점이나 다름없는 호주의 슛을 두 차례 막아냈다. 몸을 맞고 튄 세컨드볼까지 반사적인 신경으로 돌려세웠다. 그레이엄 아놀드 호주 감독이 패인을 밝히며 “결정적인 기회가 이어졌지만 추가 골 기회를 성공하지 못한 대가를 치렀다”고 말할 정도였다.

조현우는 지난 사우디아라비아전부터 2경기 연속 연장 승부 풀타임을 소화하고 있다. 피로에 허벅지 통증까지 겹쳤다. 경기 후 인터뷰를 하는 그의 얼굴과 목에는 붉은 두드러기가 올라와 있었다. 이에 조현우는 “오른쪽 허벅지 안쪽 통증 때문에 진통제를 맞고 뛰었다. 그래서 피부에 뭐가 올라오더라”며 “피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이 커서 간절하게 경기했다”고 말했다.

조현우가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8강전 호주와의 경기에서 호주 멧커프의 슈팅을 막기 위해 몸을 날리고 있다. /뉴스1

잇달아 보여준 선방 장면에 대해서는 “선수들이 지친 상태여서 완벽한 찬스를 내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며 “기억은 잘 안 나지만 몸이 반응했다. 간절하다 보니 선방이 나왔다. 그 선방이 있어서 득점을 하고 이긴 것 같아 뿌듯했다”고 했다.

사우디전 승부차기에서 2개의 선방을 했던 조현우는 이날 역시 특유의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승부차기에 가더라도 무조건 막을 자신은 있었다”며 “하지만 다음에는 90분 안에 끝내서 모두가 편안하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웃었다. 장신 선수들이 많았던 호주의 세트피스 상황을 떠올리면서도 “나보다 머리가 하나 더 있더라”면서도 “언제든지 나가서 쳐낼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는 이번 대회 우승컵을 들어 올리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조현우는 “지나간 것은 생각하지 않는다. 다가올 미래만 준비하고 있다”며 “우리가 원하는 목표가 있다. 지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당장 내일 경기를 하더라도 잘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